법조계 등에서 휘몰아치고 있는 여풍(女風)이 외교부에서도 거세지고 있다. 최근 박은하 전 유엔대표부 공사참사관이 개발협력국장에 내정되면서 외교부 본부 내 여성 국장은 2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김경임 전 문화외교국장, 강경화 전 국제기구국장과 지난해 6월 임명된 백지아(사진) 국제기구국장에 이은 네 번째 본부 국장이다. 박 국장은 특히 김원수 유엔사무총장 비서실 차장의 부인이다. 김원수ㆍ박은하 부부는 국내 외교관 커플 1호로 한때 유엔에서 맹활약했다. 여성 과장도 늘었다. 지난 1월 시행된 인사에서 ▦전혜란 외신담당관(외시 29기) ▦김은영 서남아태평양과장(외시 28기)이 새로 부임하면서 외교부 본부의 여성 과장은 모두 6명이다. 여성 국ㆍ과장 모두 외교부 사상 가장 많은 숫자다. 현재 여성 외교관은 600명. 전체 1,438명 중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외무고시의 여성 합격자 비율도 꾸준히 늘어 2005년 52.6%로 절반을 넘어선 뒤 비슷한 추세를 유지해 지난해에는 35명 중 21명(60%)이 여성이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27명의 국장급 중 여성 국장이 2명으로 늘었다는 의미는 크다"면서 "여성 간부를 본격 육성하겠다는 취지가 함께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여성 과장 증가에 대해서는 "능력과 기수에 맞춘 자연스런 변화"라고 해석했다. 80여명에 달하는 외교부 과장은 현재 외시 25∼30기 출신이 맡고 있다. 여성 외교관을 아프리카 등 험지에 배치하지 않고 본인의 희망을 우선 고려해줬던 '배려'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여성 수가 많이 늘어나 외교관 앞에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따로 분류하는 것이 무안할 정도"라며 "여성 외교관들도 해외공관 배치 등 어려운 근무여건을 각오하고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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