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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4월 8일] 남성들, 쇼핑패턴 바꿔야

배준호(현대백화점 남성의류 바이어)

한 40대 남성고객이 백화점에 들어선다. 그는 늘 가던 브랜드 매장에서 직원이 추천하는 옷을 한두 벌 입어보고 곧바로 구입한다. 이때까지 걸린 시간은 약 20분. 백화점에서 종종 목격하면서도 안타까움을 느끼는 장면 중 하나다. 학계에선 이를 두고 원시 수렵시대에 하나의 목표를 향해 돌진하던 남성들의 사냥습성 때문이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백화점에서 연간 100만원 이상의 의류를 구매한 고객들의 구매성향을 보면 연간 남성은 5개, 여성은 9.2개의 브랜드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남성들의 쇼핑 패턴도 조금씩 달라지곤 있다. 수년 전에 비해 점잖은 정장류의 구매 비중은 줄어드는 대신 캐주얼과 비즈니스 캐주얼의 구매는 계속 늘고 있으며 이용하는 브랜드 수도 매년 1~2개씩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주 5일 근무제 시행 이후 남성들도 다양한 복장을 입게 되면서 점차 유행과 개성을 중요시하게 됨에 따라 쇼핑의 패턴도 바뀐 것으로 해석된다. 백화점 또한 달라지고 있다. 여성의류에서만 경쟁적으로 선보이던 편집매장을 이젠 남성의류도 앞다퉈 오픈하고 있다. 또 브랜드보다는 상품과 스타일을 먼저 접할 수 있는 형태나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는 형태로 매장이 변화되고 있다. 이 외에도 비즈니스 캐주얼처럼 패션성이 높은 상품이 고객접근이 용이한 에스컬레이터 주변으로 이동하는 등 남성고객의 편의를 위한 환경조성에 한창이다. 따라서 이젠 남성고객들도 변할 때가 됐다. 1년에 한 번이든 3년에 한 번이든 옷을 한 벌 구입하러 나왔다면 그 시간을 정말 가치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민해봐야 한다. 때와 장소에 따라 마시는 술의 종류는 제각각 다양하면서도 왜 힘들게 번 돈으로 옷을 구입할 땐 아무 고민 없이 너무 쉽게 결정하는지 한번쯤 생각해보자. 경기불황 속에서도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기업들의 자율복장 확대로 비즈니스 캐주얼 의류를 새로 구입하려는 남성들의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더욱이 이젠 패션도 전략이 되고 능력이 되는 시대에 아무 고민 없이 옷 한 벌 구입하는 것은 비경제적이다. 불황에 어렵게 여는 지갑인 만큼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지혜로운 쇼핑으로 옷 한벌 값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야말로 진정 경제적 선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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