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논란이 됐던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 문제 유출 사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교육 광풍과 미국 유학에 대한 환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수많은 학생들이 매년 부푼 꿈을 안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지만 그 생활이 생각처럼 환상적일까? 유학관련 서적은 많지만 이는 대부분 아이비리그 대학입학 등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중학교 때 조기유학 바람을 타고 미국으로 떠나 학창시절을 보낸 저자는 그들처럼 모범답안으로 성장한 사례는 아니다. 하지만 딱딱하고 천편일률적인 유학 성공담이 아닌 좌절도 하고 실패도 했던 진짜 유학 이야기를 들려주겠노라며 책을 펴냈다. 학급의 3분의 1이 유학을 가던 90년대 중반의 압구정동. 그 유학 열풍에 합류한 저자는 생각과 다른 미국 생활에 순탄치 않은 적응기를 거친다. 멋진 차를 타고 미국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생활할 꿈에 부풀었던 저자는 열약한 기숙사 환경과 동양인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인종차별에 맞닥들인다. 또 미국에서도 견고한 한국인들의 위계질서 속에서 정학을 당할 각오를 하고 음료수 한 잔을 떠와야 했던 어처구니 없는 일도 겪는다. 이런 상황을 견뎌내고 졸업할 때 부회장으로 당선되며 서부 명문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 합격하지만 곧 마약파티 등 환락의 세계에 빠지기도 한다. 책은 여타의 10대 성장 소설을 보듯 가볍고 쉽게 읽힌다. 화려한 생활과 명문대 입학 이면엔 어떤 일들이 있는 지 저자는 솔직하게 유쾌하게 풀어낸다. 1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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