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감상하려면 미술관이나 갤러리로 가면 된다. 그런데 미술관과 갤러리, 어떻게 다를까?
미술관, 즉 뮤지엄(museum)은 공공성이 목적인 전시공간이자 비영리 기구다. 반면 갤러리(gallery) 혹은 화랑(畵廊)은 상업성을 전제로 한 영리추구 시설이다. 즉 미술관은 그림을 팔 수 없으며, 그림을 사고 싶다면 갤러리로 가야 한다. 미술관은 가치 있는 미술품을 사들여 '소장품'으로 관리하고 이를 통해 공공 교육을 수행한다. 갤러리는 작가가 그린 미술품을 전시를 통해 선보이고 판매하는 1차 거래소로 미술시장을 이끈다. 종사자의 명칭도 다르다. 미술관의 수장은 관장, 갤러리는 사장이다. 전시기획자를 큐레이터로 통칭하는데, 화랑 근무자는 갤러리스트로, 단순히 그림 거래만 중개하는 사람은 딜러로 구분된다. 국내 미술관은 171개, 갤러리는 397개(2012년말 집계)이다.
근대적 미술관은 18세기 시민사회와 함께 등장했다. 고전에 대한 동경으로 왕·귀족이 미술품을 수집하던 것이 공개 전시로 발전한 결과다. 피렌체의 우피치미술관, 로마의 바티칸미술관, 런던의 대영박물관과 파리 루브르미술관 등 유럽의 주요 미술관들은 모두 1700년대에 태어났다.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관은 대한제국의 순종이 1908년 왕실 소장품을 공개한 '이왕가(李王家)박물관'이다. 최초의 사설 박물관은 간송 전형필이 1938년에 지은 보화각으로, 1966년에 간송미술관으로 재개관됐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은 1982년에 호암미술관을 열었고, 국내 최고의 사립미술관으로 꼽히는 삼성미술관 리움은 2004년에 개관했다. 리움은 이씨를 뜻하는 Lee와 뮤지엄의 어미(-um)를 결합해 지은 말이다.
갤러리는 원래 뚫리거나 창문이 있는 긴 통로를 뜻하는 건축용어였는데, 르네상스 저택에서 좁고 긴 방이나 회랑에 미술품을 진열하면서 지금처럼 전시공간을 뜻하게 됐다. 화상(畵商)이 미술품을 거래하고 그 영업장인 화랑이 본격 확산된 것은 19세기 이후다. 우리나라에는 1900년대 초 근대적 화랑이 등장했고 1956년 현 롯데호텔 자리에 들어선 반도화랑을 통해 화가 박수근이 작품을 팔곤 했으며, 당시 화랑 직원이던 박명자 씨가 올해 개관 44주년 되는 갤러리현대를 열었다. /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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