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1호 달 착륙도 조작"
음모보다 진실이 더 의심받아
최소·중간주의, 대안으로 제시
음모론이 만연한 시대다. 2004년 8월 한 여론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미국 뉴욕 시민의 49%는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가 공격을 당할 것을 알고도 미국 정부 관료들이 의도적으로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고 믿고 있었다.
분별력 있는 캐나다인을 대상으로 한 2006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22%가 "9·11은 오사마 빈 라덴과 아무런 상관없는 미국 유력인사의 계략이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만만치 않은 게 대형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다양한 음모론과 조작설이 나온다. 대체 이 같은 음모론은 왜 발생하는 것이며 평범하고 똑똑한 사람들은 왜 음모론에 심취하는 것일까.
행동경제학 분야의 선구자로 <넛지> 등의 저서를 내온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새 책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를 통해 음모론이 생성·전파되는 매커니즘을 밝혀낸다.
그는 음모론에 빠져드는 가장 큰 이유로 '절름발이 인식'을 꼽는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관점이나 정보들은 배제하고 일치하는 내용만 받아들여 자신의 기존 입장을 강화하는 성향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기에 고립된 집단이나 네트워크에 속해 왜곡된 정보에만 노출되는 사람들이 더 음모론에 깊게 빠져드는 경향을 보인다.
이 같은 음모론에 대한 대응책으로 제시하는 것은 '인지적 침투'다. 정부 요원이나 협조자들이 공개적으로 또는 익명으로 해외 채팅룸이나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등의 집단 속으로 파고들어 음모론자들의 논리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그들의 이론이 약화되도록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이미 저자의 대응책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본 적 있는 우리 국민들로서는 다소 갸우뚱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다행히 저자는 이 방법이 윤리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만약 수법이 탄로 나면 음모론이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는 명백한 위험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실제 미국 사회에서도 저자의 주장에 대해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감시하려는 계획'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저자는 '단지 위험한 음모론에서 비롯되는 심각한 안보 위험 등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해명하지만 다소 위험한 의견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책은 이 밖에도 동물의 권리나 동성결혼, 종교집단의 성차별 등 말하기 조심스러운 주제들에 대해 논하고 저자 나름대로 가장 이상적인 해법을 찾으려 애쓴다. 독자들이 그의 결론에 동의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과 깊이 있는 사고는 배워볼 만하다.
여러 논쟁적인 주제들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저자는 끝으로 의견이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상황을 현명하게 풀어가는 방법으로 '최소주의'와 '중간주의'를 제시한다.
최소주의는 의견 불일치가 심할 경우 이론적인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당면한 특정 사안만 해결하려는 것이다. 때로는 큰 문제를 제쳐 두고 당면한 사안만을 우선 해결하는 방안이 현실적일 수 있다. 중간주의는 잘못된 주장이라도 관심사 자체는 의미있는 경우가 많으니 그런 부분을 반영해 모든 의견을 경청하는 방식이다.
모두 현실적인 약점과 단점이 있지만 신념과 갈등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팁이 될 수 있다. 2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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