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업화는 지난 1960년대 구로공단으로 상징되는 가발ㆍ섬유ㆍ식품ㆍ합판 등 단순 가공ㆍ조립 형태에서 시작됐다. 이른바 핸드 메이드(Hand Made) 시대였다.
이어 1970년대에는 구미ㆍ창원ㆍ여천 등 대단위 산업단지 조성을 토대로 철강ㆍ조선ㆍ전자ㆍ자동차ㆍ화학 등 중화학업종을 중심으로 한 머신 메이드(Machine Made) 시대가 한국 경제의 초고속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젠 연구개발(R&D)을 비롯해 엔지니어링ㆍ마케팅ㆍ 디자인ㆍ물류ㆍ유통 등 지식산업이 산업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이른바 브레인 메이드(Brain Made) 시대인 셈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교류가 활발해질 수 있는 입지환경 마련도 절실해졌다.
브레인 메이드 시대는 정보가 핵심가치로 간주되고 경제활동의 공간적 분산이 확대되는 시기다. 기존의 대규모 단지보다는 소규모의 네트워크형 공간조직이 보다 유용할 수 있다. 또 생산중심에서 연구개발ㆍ보조산업 중심으로 가치가 이동하고, 암묵적 지식이 중요해짐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신속히 수집하고 교환할 수 있는 네트워크 환경 조성이 중요해졌다. 젊은이들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창출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근로자 삶의 질(Quality of working life)이 강화된 입지공간 제공도 필요하다.
다양한 형태의 벤처기업들이 쉽게 입지할 수 있는 중소 규모의 맞춤형 입지공간도 고려할 만하다. 지식산업센터, 저렴한 컨테이너식 공장 등 시설의 탄력적인 공급이 중요하며 이들 입지가 산업 변화에 따라 점차 진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반에서도 산업입지에 대한 인식전환이 요구된다. 산업 발전과 함께 브레인 메이드 시대에 걸맞은 입지공간에 대한 고민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임대ㆍ분양가 인하 등 입지비용 경감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
시대에 따른 입지공간 변화의 성공 사례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대표적이다. 경공업 중심의 핸드 메이드 집적지였던 옛 구로공단이 지금은 1만개의 기업과 12만명의 근로자가 모여 일하는 최첨단 산업단지로 거듭났다.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제2, 제3의 서울디지털단지가 속속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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