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를 기준금리 인하폭(0.25%포인트)의 몇 배씩이나 내리는 은행들은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고통이 안중에나 있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시중은행들의 금리조정으로 중산층 자산운용의 '진공상태'도 심해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에 돈을 맡길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보다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세법개정안에서 고소득층이나 저소득층과 달리 혜택이 줄어든 중산층의 상실감이 커졌다. 결국 은행의 제 잇속 차리기가 서민과 중산층의 부담으로 전가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은행의 이기적인 대출금리 책정으로 '최경환 효과'마저 무력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당초 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확대에 이은 금리인하로 가계와 기업의 소비·투자여력이 대폭 확충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이렇게 대출금리를 찔끔 내려서는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시중은행들은 시장금리의 변화를 반영해 대출 및 예적금금리를 결정했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가당치 않은 변명이다. 시장금리와 관계없는 우대금리와 고객 혜택까지 덩달아 없앤 은행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기준금리 인하를 틈탄 은행의 예대마진 확대는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경기회복에도 찬물을 끼얹는 짓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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