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를 살며 '황제'라 불리는 두 사나이가 있다. 골프의 타이거 우즈(37∙미국)와 테니스의 로저 페더러(31∙스위스)가 그들이다.
'둘 중 더 훌륭한 한 명을 골라야 한다면?'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난처한 질문을 던졌다. 최근 우즈가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편 시점에 페더러가 8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테니스 메이저 대회 윔블던에서 우승하면서 새삼 두 선수가 함께 주목을 받는 것이다.
우즈와 페더러는 설명이 필요 없는 슈퍼스타다. 대표적인 글로벌 스포츠이자 개인 종목에서 쌓아온 이들의 독보적인 성적을 놓고 우열을 가리기란 쉽지 않다.
우즈는 지난 1997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정식 데뷔, 2주 전 AT&T 내셔널 대회까지 통산 74승을 쌓아 올렸다. 타계한 샘 스니드(82승)에 이어 2위다. 우즈보다 6살 적지만 프로 데뷔는 2년 늦었던 페더러는 올해 윔블던 제패로 통산 75개의 투어 대회 우승컵을 수집, 이 부문 4위에 올라 있다.
메이저 대회 승수로 보면 페더러가 앞서 있다. 일곱 번째 윔블던 우승을 차지한 페더러는 4대 메이저 대회 통산 17승으로 최다 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14승의 우즈는 2008년 US 오픈을 제패한 후 4년 동안 잭 니클라우스(미국∙18승)와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페더러의 메이저 우세는 경쟁자들의 성적을 비교해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우즈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필 미컬슨(메이저 통산 4승), 어니 엘스(3승), 파드리그 해링턴(3승), 로리 매킬로이(1승) 등에 비해 페더러는 라파엘 나달(11승), 앤드리 애거시(8승), 노바크 조코비치(5승) 등과 다퉈왔다.
하지만 종목의 특성을 감안하면 우즈의 업적은 빛을 발한다. 테니스는 2주 동안 대개 7경기(7명 상대)에서 이기면 우승하지만 골프는 4일 내내 최상의 페이스를 유지해야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테니스의 우승 조건이 7전 무패라면 예를 들어 144명이 출전하는 골프 대회 우승 조건은 143전 무패인 셈이다. 최근 열린 15개 메이저 대회에서 골프는 15명의 각기 다른 챔피언이 나온 반면 테니스에서는 4명이 우승을 나눠가졌다는 점이 이 같은 측면을 설명해준다.
우즈는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623주 동안 차지해 페더러(286주)를 앞선다. 또 종목 특성 상 향후 10년 이상 현역으로 승수를 추가할 수 있다. 페더러는 3년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인 측면에서는 메이저 통산 최다 승 기록을 이미 세운 페더러가 앞서 있으며 사생활에 대한 평판 부분에서도 페더러가 우위다.
둘은 공통점도 많다. 스타성을 갖췄다는 점 이외에 2명의 자녀를 뒀고 심지어 키도 185㎝로 똑같다. 지난해까지 슬럼프를 겪다 최근 부활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남다른 우정을 쌓아오기도 했다. 페더러는 윔블던 우승 후 "대회 기간에 우즈가 많은 응원을 해줬다"고 고마움을 표했고 우즈도 트위터를 통해 "왜 페더러가 시대를 뛰어넘는 훌륭한 선수인지 보여주는 경기였다"며 칭찬했다.
한편 ESPN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인 투표에서는 스캔들로 우즈의 이미지가 실추된 탓인지 11일 오후 현재까지 페더러가 64%의 지지를 받아 우즈(36%)를 앞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