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자에게는 낯선 프랑스의 수도사 세르티양주는 '신학대전'으로 가톨릭 신앙을 집대성한 성 토마스 아퀴나스를 연구한 권위자다. 그는 1920년에 '공부하는 삶'(La Vie Intellectuelle)이란 이름 붙인 책을 썼다. 이 책은 즉시 성공을 거두어 판을 거듭했고,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
'공부하는 삶'은 그가 쓴 책 가운데 현재까지도 널리 읽히고 가장 유명한 책이다. 1920년에 초판이 발간된 이 책은 프랑스는 물론이고 영미권에서도 지금까지 읽히고 있다.
세르티양주는 책에서"지적 소명은 다른 모든 소명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본능과 능력에, 이성으로 판단해야 하는 일종의 내적 충동에 새겨져 있다"고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지성인에게 공부는 삶의 중심이라는 말이다. 운동선수가 운동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농민이 농사일에 맞추어 자신의 삶을 조율하듯이 지성인은 공부를 위해 삶 자체를 규율한다는 뜻이다.
그렇고 그가 지성인이 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먹고 사는 일을 도외시하고 공부만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하루에 두 시간을 공부에 할애할 수 있는가?"라고 묻고"그럴 수 있다면 자신감을 가지고 고요한 확실성 안에서 편히 쉬어라"고 말한다.
이렇듯 공부의 기쁨과 고통을 함께 맛보고자 하는 예비 지성인에게 이 책은 곁에 가까이 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으며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을 북돋아주는 잠언서다.
아울러 이 책은 실용적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책은 처음에는 무엇을 하고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할지를 차례로 알려주는 안내서다. 지적인 삶이란 면도를 하거나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어느 날 아침에 우리에게 찾아오는 막대한 통찰력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세르티양주는 어떤 통찰력은 그런 방식으로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보통의 과정은 진리를 추구하고, 알고자 하고, 실체를 궁금해하는 습관적인 관심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한다.
세르티양주가 책을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정직함과 기도, 근면한 노동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는 기쁨으로 충만한 진정으로 지적인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르티양주는 우리 모두가 일상생활을 포기하고 성 토마스가 했던 것처럼 모든 시간을 지적인 삶에 바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르티양주는 가능하다면 우리가 젊을 때 삶을 조직함으로써 단단한 토대를 다지는 방법을 가르쳐주고"남은 인생을 이 단단한 토대 위에 무언가를 쌓아나가는 데 쓰라"고 가르친다. 1만5,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