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범국(사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정부의 우리은행 민영화와 관련, "국민의 소중한 돈이 들어간 기업을 헐값에 팔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의 민영화 의지는 여전히 강하지만 가격 변수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예보가 우리은행의 가치 제고와 시장 수요 파악 등 두 가지 과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올해 부채감축목표 5조8,000억원 중 4조원을 이미 달성했다"며 "오는 2017년 말까지 보유지분 매각 등을 통해 총 20조원의 부채감축목표가 차질 없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계부채와 하반기 기업 부실 가능성 등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아직 없다"면서도 "위기의 파고가 몰려올 때 금융시장의 방파제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선제적인 리스크 대비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취임한 곽 사장은 10여년 만에 우리은행 민영화라는 과제와 다시 만났다. 그는 지난 2004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 의사총괄과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처음으로 블록세일 방식의 우리금융지주 지분매각을 담당했다.
곽 사장은 "가급적 빨리 민영화한다는 정부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우리은행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현 상황에서 기존에 투입된 자금에 대한 고려 없이 판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업종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안 좋은 상황에서 우리은행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특히 인색하다. 현재 우리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배 안팎이다. 현 주가 수준이 청산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곽 사장은 기업가치 제고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우리은행이 시장에서 최고의 가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은행 경영진과 주주인 예보의 책무"라며 "우리은행 경영진에도 이 같은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우리은행 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노련 관계자들을 만나서도 우리은행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시절 기업은행 지분을 매각한 경험을 예로 들며 주가 제고 방안을 설명했다. 당시에도 주가가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NDR)를 개최하면서 투자자들이 어디에 주목하는지에 착안해 세일즈를 벌였다. 곽 사장은 "고배당 성향, 중소기업 위주의 포트폴리오 등 기업은행의 장점을 부각시켰다"면서 우리은행도 순이자마진(NIM), 비용, 소매금융 비중 등과 관련해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주가 제고와 동시에 시장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매각할 수 있도록 투자자 수요 파악을 물밑에서 꾸준히 진행할 방침이다. "매각 시기를 예단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특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면서 "시장에서 투자자를 항상 접촉하면서 여건에 따라 매각을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곽 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예보의 주요 매각자산 중 하나인 한화생명의 주가관리에도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예보는 대한생명 시절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며 한화 측에 매각한 후에도 주요 주주로 남아 있다.
현재 지분율은 22.75%다. 3월 2%를 매각하고 올해 추가 매각계획을 갖고 있으나 주가상황이 여의치 않다. 한화와 삼성 간 빅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화 측이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화생명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곽 사장은 "한화에서 주가에 대한 고려를 해줘야 한다"며 "자사주 매입, 배당률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요구할 부분은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예보가 보유하고 있는 서울보증보험 등의 출자주식 매각을 통해 2017년까지 총 20조2,000억원의 부채를 줄일 예정이다. 곽 사장은 "지난해부터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 부채를 줄여 지난해는 5조3,000억원의 부채를 줄였다"며 "올해는 총 5조8,800억원의 부채감축목표 중 이미 4조원의 부채를 5월 말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에도 파산 저축은행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물건, 선박, 미술품 등의 자산매각을 통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예보의 책무인 공적자금 회수뿐 아니라 선제적인 금융회사 부실 방지에 대한 의지도 나타냈다. 그는 "부실금융사 정리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도 예보의 책무"라면서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금융기관은 안전하다는 점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보가 시행 중인 대표적인 사전 리스크 관리 제도로 차등보험료율 제도를 꼽았다. 예보는 지난해 처음 각 금융회사별 건전성을 평가해 예금보험료를 할인 또는 할증하는 이 제도를 시행했다.
총 314개 은행·보험·저축은행이 대상이었으며 1등급은 예보료율 5% 할인, 2등급은 표준, 3등급은 1%의 할증이 적용됐다. 예보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할증·할인율을 최대 10%까지 확대해 금융회사들이 자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곽 사장은 "이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의 리스크에 대한 예보의 평가역량을 키울 방침"이라며 "이외에도 위기상황에서 대형 금융회사들의 체계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부실정리계획 사전수립 제도도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2012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저축은행권의 경우 건전성이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곽 사장은 "저축은행도 부실이 상당 부분 정리된데다 1982년 이후 신규 인가가 나지 않아 영업권이 보장되고 있어 건전성 우려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하반기 미국 금리 인상과 경기 악화에 따른 가계부채와 기업 부실 우려가 금융권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곽 사장은 "금융권의 건전성은 아직까지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공동검사, 차등보험료율 제도 등을 통해 금융회사의 건전경영과 경쟁력 제고를 적극 유도하겠다"면서 "금융시장을 지키는 든든한 방파제로서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평상시에 예보의 역량 강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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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원과 카톡 친구… 타운홀 형식 미팅도 추진 ■ 곽 사장의 스마트 소통 행보 |
사진=이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