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 뛰어든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최근 트럼프는 민주당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지지율 격차를 6%포인트로 좁힌 데 이어 21일(현지시간) 공개된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 내 지지율 32%를 기록하며 1위를 지켰다. 또 이날 앨라배마주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는 3만여명의 군중이 몰리는 등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공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의 공화당 내 지지율은 지난주의 24%보다 8%포인트나 뛴 32%를 기록했다. 트럼프의 뒤를 이어 젭 부시 전 플로리다주지사와 신경외과 전문의 벤 카슨은 각각 16%와 8%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번 조사는 공화당 지지자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또한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의 절반 이상이 트럼프가 당 대선후보로 지명될 것으로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이날 공개됐다. 보수 성향의 여론조사기관인 라스무센이 지난 19∼20일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57%가 트럼프의 지명을 예상했다. 이는 2개월 전 출마선언 직후의 27%에서 2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반면 트럼프가 "절대로 지명될 것 같지 않다"고 답한 이들은 15%로 2개월 전의 29%에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트럼프는 이날 저녁 공화당 지지성향이 뚜렷한 남부 앨라배마주의 모빌시 래드피블즈 풋볼경기장에서 연설했다. CNN은 3만여명이 몰린 이날 유세는 모빌시에서 열린 최대 규모 행사 중 하나로 트럼프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전용기를 타고 등장한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당장 내일 대선이 치러졌으면 좋겠다.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다"고 대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경쟁자인 부시 전 주지사의 관대한 불법이민 정책을 비난하면서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에 와 아이를 낳는 현상을 빗댄 '원정출산'이라는 논쟁적 용어를 거침없이 사용했다.
이날 앨라배마 집회에서 드러난 트럼프의 인기는 상당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연설 시작 수시간 전부터 줄을 서 입장을 기다렸다. 경기장 내부는 트럼프의 이름과 각종 지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와 성조기로 넘쳐났다. 트럼프를 태운 전용기가 경기장 상공을 선회하고 있다고 진행자가 알리자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특유의 빨간색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경기장에 등장한 트럼프는 몰려든 지지자들을 향해 양손을 흔들면서 "믿을 수 없다"는 말을 연발했다. 일부 지지자들이 그의 베스트셀러 저서 '협상의 기술'을 가져와 사인을 부탁하자 이를 받아들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성경 다음의 최고의 책인 이를 읽어야 한다"고 허세를 부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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