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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제 이끈 老창업주들 은퇴 신호탄?

부동산업계 거인 정위퉁 NWD 회장 경영서 손 떼기로<br>리카싱·스탠리호 회장은 자녀들에 경영 수업중<br>일각선 "창업주 공백 기업 몰락 부를것" 전망도

정위퉁 회장

리카싱 회장

스탠리 호 회장

홍콩의 2대 부호이자 부동산 업계의 거인으로 통하는 정위퉁(86) 뉴월드디벨롭먼트(NWD) 회장이 2월29일(현지시간) 은퇴를 선언했다.

중국 공산화 시기에 본토에서 홍콩으로 건너와 막대한 부를 쌓았던 정 회장이 물러나며 그와 비슷한 길을 걸었던 다른 창업주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925년 광둥성에서 태어난 정 회장은 1940년 마카오로 건너와 보석상 저우다푸(周大福)를 경영하던 저우즈위안의 딸과 결혼한 뒤 장인의 회사를 인수해 세계 귀금속 기업으로 키워냈다. 지난해 기준 저우다푸의 전세계 매장 수는 1,500여곳에 달하며 올해 초에는 홍콩증시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서 20억달러를 조달하기도 했다.

그는 1970년 NWD를 설립한 후 홍콩은 물론 중국 본토에까지 손을 뻗쳐 호텔ㆍ쇼핑몰ㆍ항구 등을 거느린 부동산재벌로 거듭났다. 포브스에 따르면 정 회장의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50억달러로 중화권 최대 갑부인 리카싱(83) 청쿵실업 회장(220억달러)의 뒤를 이어 홍콩 부자순위 2위를 기록했다.

명예회장으로 물러선 정 회장의 자리는 그의 장남인 헨리 정(65) 현 사장이 물려받고 사장 자리는 손자인 애드리안 정(32)이 이어받게 됐다. 헨리 정 사장은 1989년 사장에 올라 23년간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정 회장은 이날 홍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70년 넘게 일에만 매달려 쉴 때가 됐다"며 "본토를 여행하며 여생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의 은퇴는 여전히 후계를 정하지 못한 리카싱 회장의 행보와 맞물려 현지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홍콩과기대 아시아재벌연구센터의 로저 킹 이사는 "창업주가 별세할 때까지 경영의 주도권을 놓지 않는 게 중국 기업들의 전통"이라며 "이처럼 후계구도가 명백히 정해지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설명했다.

실제로 기업 인수합병(M&A)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 '슈퍼맨'이라고 불리는 리 회장의 경우 장남 빅터 리(48)의 경영능력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해 후계구도를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마카오의 '카지노왕' 스탠리 호(90) SJM홀딩스 회장의 사정도 비슷하다. 그는 4명의 부인 사이에서 총 17명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 지난해 재산분배 과정에서 가족 간 소송전이 일어 31억달러에 달하던 재산 중 상당액을 전 부인과 큰딸 등에게 나눠줬다. SJM홀딩스를 누가 이어 받을지도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창업주의 공백이 거대기업의 몰락을 재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NWD의 경우 1990년대 헨리 정이 사장에 취임한 후 잇단 사업실패로 사세가 기울자 정 회장이 다시 전면에 나서 리젠트호텔(현 인터컨티넨탈홍콩) 등 핵심 자산을 매각해 간신히 경영을 정상화한 전례가 있다. 헨리 정 사장은 최근 홍콩 경제지 더스탠더드에 "실수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며 "다시는 그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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