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사의 주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미국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4일 3.2% 하락한 114.64달러로 마감했다. 전 고점인 지난달 20일 이후 13.2% 하락했으며 시가총액 103조원이 공중으로 증발했다. 삼성전자의 시총이 170조원 수준이니 최근 주가 하락이 얼마나 컸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애플 주가는 최근 5영업일째 계속 하락하면서 추가 하락까지 예측되는 상황이다.
상장(1977년)된 지 38년이 되는 기업의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시총 세계 1위 기업의 주가 하락에 대해 현지에서는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4분기 아이폰의 판매량이 부진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애플은 2·4분기에 4,70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지만 지난 4월 발매한 애플워치의 신제품 효과까지 생각하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특히 줄곧 1위를 달리던 중국 시장에서 샤오미·화웨이 등 현지 업체의 공세에 3위로 밀려난 것이 더욱 충격을 줬다.
이러다 보니 애플의 본질적 경쟁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애플폰 이후를 견인할 제품이 없다는 점과 중국 시장 의존도(25%)가 지나치게 높아 불과 5년 전까지 세계 1위의 휴대폰 제조업체였다가 몰락한 '노키아처럼' 쇠락의 길을 걷게 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애플 측에서는 강하게 부인했지만 우리 알뜰폰 같은 가상이동통신망(MVNO)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과 보도가 잇따라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개인용컴퓨터(PC) 시대를 열고 스마트폰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해온 혁신기업 애플조차 '미래 먹거리'에서 시장의 회의적인 시선을 받기 시작한 셈이다. 그만큼 글로벌 경쟁 환경이 '졸면 죽는다'식으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의미다. 전자와 자동차 이후를 대체할 차세대 유망 산업을 키우지 못한 한국경제에도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삼성전자조차 최근 주가 흐름에서 애플과 비슷한 궤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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