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악한 새들 때문에 갈수록 업무가 힘듭니다." 영종도에 위치한 인천공항에는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동안 물새ㆍ철새들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포수들이 있다. 주인공은 인천공항의 야생조수관리소 윤기준 소장과 22명의 직원들. 이들은 항공이 안전 운항을 위해 총 연장 4㎞의 공항 활주로와 주변 상공에 몰려드는 새들을 쫓는 임무를 맡고 있다. 이들이 새를 쫓는 것은 항공기와 새가 충돌하는 이른바 '버드 스트라이크'를 막기 위한 것. 새 한 마리의 무게는 그리 무겁지 않지만 1.8㎏의 새라도 시속 960㎞의 항공기와 부딪치면 64톤의 무게의 충격을 주는 것과 같다. 특히 새가 엔진 속에 빨려 들어가면 엔진이 폭발하는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인천공항은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어 많은 물새가 날아드는데다 해안가를 이동하는 철새들의 중간 휴식지가 되고 있어 철새들이 많이 찾아온다. 공항 주변에는 조롱이ㆍ검은머리물떼새ㆍ검은머리갈매기 등 보호종도 보이고 요즘 같은 때는 백로ㆍ황로ㆍ왜가리 등이 하늘을 뒤덮는다. 특히 비가 많이 내릴 때에는 새들이 비바람을 피해 활주로 쪽으로 새들이 많이 들어와 위험천만한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현재 윤 소장과 직원들은 활주로 인근에서 2명씩 2개조로 나눠 차량을 타고 새떼가 활주로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외곽 지역에서도 2개조가 새를 쫓고 있다. 이들은 조류를 퇴치하기 위해 공포탄을 쏘거나 폭음기를 사용한다. 천적인 맹금류의 소리를 녹음한 음향 경보기도 이용한다. 밤에는 총을 쏘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에 서치라이트를 많이 사용한다. 공항에 따라서는 꽹과리ㆍ징ㆍ확성기 등을 동원하지만 '영리한' 새들은 잠시 날개를 폈다가 다시 제자리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 새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들이 잠시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상황이 반복되면 한두 마리 정도를 총으로 쏴 떨어뜨린다. 특히 철새는 선발대가 먼저 날아온 뒤 본대가 그 뒤를 따르는 습성을 갖고 있어 철새가 날아오는 계절이 되면 해안가에서 선발대 한두 마리를 쏴 학습 효과를 얻게 한다. 윤 소장은 "총을 쏘는 것은 사냥이 그 목적이 아니라 항공기의 안전 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총을 쏘는 경우도 정말 필요하다고 싶은 순간에만 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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