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개혁의 바람이 유럽을 강타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재정 적자축소를 위해 긴축 조치를 내놓은 데 이어 연금제도 및 노동시장 개혁 작업을 서두르자 야당과 노동계가 벌떼처럼 일어나고 있다. 특히 노동계는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기세이기 때문에 상당한 마찰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 프랑스, 정년 2년 연장 = 프랑스 정부는 16일(현지시간) 현재 60세인 정년을 오는 2018년까지 62세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연금제도 개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프랑스 의회는 오는 9월 이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프랑스정부는 또한 세수 확대를 위해 세율 인상 등을 골자로 한 세제개정 작업도추진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연 소득 6만9,783유로(약 1억원) 이상의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이 현행 40%에서 41%로 상향 조정되고, 배당 등 자본수익에 대한 과세도 강화된다. 에릭 뵈르트 노동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래 일하는 것은 이제 불가피하다"며 "모든 유럽 국가들이 정년을 늘리는 상황이라 우리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정년이 가장 빠른 나라다. 과거 프랑스의 정년은 65세였지만 지난 1988년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60세로 크게 낮췄다. 프랑스는 정년연장을 통해 연금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프랑스 연금재정은 지난해 82억유로(약 12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320억유로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장-미셸 시스 유럽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가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사르코지 대통령은 국민의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 수년 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야당인 사회당과 노동계는 정부의 방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 노동계는 "이번 개정안은 매우 불공평하다"며 오는 24일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 스페인, 노동 유연성 강화 = 스페인 정부도 16일 국무회의를 열고 노동의 유연성 제고를 골자로 하는 노동시장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17일부터 발효됐지만 오는 22일 의회비준을 통과해야 계속 효력을 유지할 수 있다. 스페인 의회는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총 150억유로 규모의 재정 긴축안을 불과 1표 차이로 가결한 바 있다. 개정안은 현재 연간 최대 45일인 해고수당 지급기간을 33일로 단축하고, 고용과 해고를 보다 쉽게 만들었다. 반면 기업들이 비정규직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제한했다. 스페인의 실업률은 20%대로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40%대에 이른다. 정부는 "실업률을 낮추면서 재정적자도 줄이려면 경직된 노동시장을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재정 긴축 방안에 반대해 대대적 시위를 벌여온 노동계는 또 다시 크게 반발했다. 노동계는 오는 9월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스페인 정부는 "스페인이 EU 및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최대 2,500억유로의 자금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정상들도 17일 EU 정상회의에서 스페인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이 같은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정성 평가)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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