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깨지고 부닥치면서 연기 인생을 걸어왔고, 이제서야 연기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고 '재미'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남자 배우의 진짜 게임은 40대부터라고 하니 앞으로 더욱 치열하게 도전하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영화 '찌라시: 위험한 소문'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강우(36·사진)는 "앞으로 제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장점을 좀 더 특화해 야 할지, 다양한 캐릭터를 펼쳐 보이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흥행'이 배우 성패(成敗)를 가늠하는 유일한 잣대라면 김강우가 받아 든 성적표는 초라하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쉽게도 3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식객'(2007)을 제외하면 누구에게 물어도 그의 이름을 꼽을만한 대표작이 없는 게 사실. 그러나 아직 (흥행)발화점에 이르지 못했을 뿐, 김강우는 어느 배우보다 열심히 걸음을 내디뎠다. 데뷔작인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부터 변혁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오감도', 토리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긴 저예산 영화 '경의선', 2012년 칸 국제영화제 진출작인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외에도 스릴러('가면'), 액션('무적자'), 범죄('마린보이'), 미스터리('사이코메트리')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촘촘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성실히' 쌓아온 그의 연기 인생 10여년을 '흥행'으로 재단하기에는 이른 이유다.
20일 개봉한 영화 '찌라시: 위험한 소문'에서 그는 연예인 매니저 우곤 역을 맡았다. 극 중 우곤은 '찌라시'를 통해 유포된 악성 루머로 고생하던 여배우가 목숨을 잃자 복수심에 불타 소문의 실체를 추적해 나간다. 찌라시 유통 업자를 잡으려고 맨몸으로 차를 쫓아 서울 시내를 미친 듯이 달리고, 찌라시 생산까지 얽히고설킨 정·재계 권력 집단의 이해관계에 하나 둘씩 다가가면서 '검은 손길'에 무자비하게 얻어맞기도 한다. 김강우는 "평범한 한 인물이 거대 권력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라며 "주인공이 맞고 깨지며 고군분투하고 끝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보는 이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면 한다"고 말한다. 김강우 역시 '찌라시'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만은 없는 연예인이다. 배우 한혜진의 형부이기도 한 그는 처제가 축구 선수 기성용과 결혼할 당시 여러 소문 때문에 힘들어하는 과정을 그저 곁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영화 속 대사에도 있지만 찌라시의 95%는 진실이 아니다"며 "연예인 혹은 연예계 이야기는 사람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흥미로운 소재이니 당장 찌라시 근절을 바랄 수는 없다. 이것을 받아들이는 이들의 태도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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