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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저축은행 옥석 가리더라도 융통성 있어야

저축은행 3차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퇴출기업 선정기준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국이 자산가치나 자산건전성 등에서 종전보다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 업계와 시장에 혼선이 빚어지고 적잖은 후유증마저 예상된다는 것이다. 저축은행들은 특히 갑작스러운 기준변경으로 몇달 만에 정상여신이 요주의 여신으로 떨어지고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난해 7~8월과 달리 청산가치를 기준으로 실사를 하는 바람에 보유자산이 턱없이 쪼그라들고 담보마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안타깝게 퇴출 대상이 되는 상황도 점쳐지고 있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필요성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평가기준 자체가 시비와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국은 업계의 경영여건이 악화해 기준을 조정했다고 하지만 당초 기준에 맞춰 경영개선에 박차를 가했던 당사자들로서는 수긍하기 어렵다. 시장변화에 따라 평가기준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지만 무슨 큰 천재지변이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몇 개월 만에 바꿔버리면 문제를 일으킨다. 평가기준과 집행은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이뤄져야지 상황에 따라 고무줄처럼 들쭉날쭉한다면 권위를 잃고 업계의 반발을 초래한다. 구조조정의 정당성에도 상처를 남긴다.

그렇지 않아도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중소기업의 심각한 자금난을 야기하고 있다. 당장 자구책 마련에 비상이 걸린 저축은행들은 신규 대출 중단은 물론이고 기존 여신마저 무차별적으로 회수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높은 문턱에 좌절하는 중소기업들로서는 그나마 의지해온 저축은행 돈줄마저 꽉 막혀 공장을 돌릴 운전자금조차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저축은행 구조조정도 하고 중소기업 자금지원도 잘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지금 업계와 시장의 현실이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구조조정의 경직된 목표와 원칙을 고집하다가 중소기업들이 애꿎게 죽어날 수 있다.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퇴출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옥석을 가려야 하지만 자칫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중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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