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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방지에 실패해 환자 수가 계속 불어나면서 초기대응에서부터 감염의심자 관리까지 전염병 관리체계의 총체적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각종 괴담이 난무하며 공포심이 일파만파로 커지는 양상이다.
29일 인터넷 사이트 등에는 "어느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있었으니 절대 그 병원에 가지 마라" "얼굴만 마주해도 감염이 된다더라" 등 근거 없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카카오톡 등에도 "밖에서는 양치도 하지 마라" "에볼라나 사스보다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니 조심하라" 등의 괴담이 나돌고 있다.
이 같은 근거 없는 괴담이 확산되는 것은 정부가 환자 발생 지역, 환자가 거쳐 간 병원 등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명을 공개하면 해당 병원의 다른 환자들이 공포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공개가 불가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인터넷상에는 이미 구체적인 병원명·지역명까지 올라오고 있다.
정부가 감염의심자를 제때 격리 조치하지 못하면서 숫자를 특정할 수 없는 사람들이 감염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서 1차 검사를 실시, 양성 판정을 받은 K씨(44)와 출입국 게이트, 공항 대기장, 기내 화장실 등에서 접촉했을 수 있는데도 보건당국은 42명만 관리대상에 포함시켰다. 자신이 감염의심자와 같은 비행기를 탔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건당국은 국제규정상 외국으로 나가는 비행기의 경우 승객과 승무원 등의 전염병 관리는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비행기가 내린 국가가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국민의 안전관리를 중국 정부에 떠넘겼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초기대응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성 질환을 차단하려면 환자를 빨리 인지하고 격리해야 하는데 환자 발견이 늦었고 접촉자들에 대한 관리에도 문제가 있었다"며 "같은 병실을 쓰지 않아도 한 병동에 있으면 감염자와 근접접근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그 부분이 간과됐다"고 말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이날 "개미 한 마리도 지나치지 않는 자세로 메르스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뒷북으로 국민들의 불신을 키우는 문 장관은 무능과 무책임의 표본"이라며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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