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한 민간 엔지니어의 집요한 뒷조사로 GM 차량의 점화·에어백 장치 결함에 얽힌 비밀이 드러나 지금의 리콜 사태로 확산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0년 조지아주에서 쉐보레 코발트를 타고 가다 사망한 여성 운전자 브룩 멜튼의 가족들은 GM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후 자동차 기술자 마크 후드에게 2012년 가을 정확한 사고원인 조사를 의뢰했다. 후드는 점화장치 조절 스위치의 문제를 찾기 위해 사진 촬영은 물론 X선 촬영까지 했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이후 후드가 GM 대리점에서 동일한 스위치 부품을 30달러에 구입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새로 구입한 스위치 부품과 앞서 실험한 부품은 동일한 품목으로 제품번호도 같았지만 실제 모양에서는 아주 미묘한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자동차 피스톤을 작동시킬 때 사용하는 '메탈 플런저'의 길이가 약간 달랐고 스위치에 사용된 스프링의 탄성도 차이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점화장치를 켜고 끄는 데 필요한 동력도 새 부품이 더 컸다. 30달러짜리 작은 부품의 설계변경이 자동차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을 후드가 알아낸 것이다.
이후 후드는 GM과 부품공급 업체 델피가 2006~2007년 초의 한 시점에 교묘하게 이 부품에 대한 설계변경을 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결국 GM이 부품결함을 알고도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설계변경을 통해 결함을 은폐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 GM의 설계변경은 극도의 보안 속에 몰래 이뤄져 지난해 GM은 언제 어느 차종을 대상으로 설계변경이 있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외부 전문가까지 고용했을 정도였다.
후드는 "점화장치 결함으로 목숨을 잃은 멜튼이 다시 살아 돌아올 수는 없겠지만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 더 큰 피해를 막았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후드의 끈질긴 조사가 GM을 절체절명의 위기로 몰아넣은 엄청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연방의회는 다음주 메리 배라 GM 사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진상조사 청문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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