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발표 보고 왔는데요, 우리 집 땅값이 좀 오르겠죠?"
20일 찾은 경기도 성남시 시흥동의 A공인중개업소. 사무실은 인근 땅 소유자와 투자자들의 방문으로 북적였다. 제2판교테크노밸리 부지가 이 인근으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제2밸리 예정지와 맞닿은 '남산마을'에 수십년째 거주했다는 이모씨는 "아무래도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 W공인 대표는 "오전부터 원룸이나 빌라를 짓겠다는 투자자들이 수차례 찾아왔다"며 "오랜만의 개발 호재에 사람들의 관심이 확 쏠리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9일 제2판교테크노밸리 부지를 확정 발표했다. 지방으로 이전해 비어 있는 옛 한국도로공사 부지 및 인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인 성남시 시흥동과 금토동 일원 43만1,948㎡가 대상 지역이다. 이곳은 기업 600여곳, 상주인원 4만3,000여명을 수용하게 돼 기존 테크노밸리까지 포함하면 10만명이 일하는 메머드급 첨단산업센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지가 상승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예정 부지가 대부분 그린벨트거나 자연녹지이기 때문. 개발제한구역에는 주택의 신축이나 증축이 제한되며 자연녹지는 건폐율 20%가 적용돼 전체 대지의 5분의1에만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원룸이나 빌라를 지을 주변 땅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판교신도시에는 1~2인 가구용 주거시설이 부족해 오피스텔의 경우 가장 작은 면적도 월세가 70만~80만원에 달한다. 정부 역시 이런 부분을 고려해 제2밸리 내에 청년층 주거를 위한 주거시설(오피스텔·레지던스 등)을 짓기로 했으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근에 원룸을 지을 땅을 물색하던 한 투자자는 "현재 서판교에 살고 있는데 1~2인가구를 위한 원룸이 부족하다"며 "자연녹지를 용도 변경해 원룸이나 빌라 등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제2밸리 부지 일대 땅값은 그린벨트 내 밭(田)의 경우 3.3㎡당 120만원, 자연녹지인 남산마을은 950만원 상당이지만 정부 발표 이튿날인 19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사실상 거래가 어려운 상태다. W공인 대표는 "부지로 지정된 곳 주변은 장기적으로는 땅값이 오르겠지만 토지 활용도가 떨어져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주변 중개업소들은 기존 판교신도시가 상당한 반사효과를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입주 기업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배후 주거수요로 가격이 현재보다도 더 오를 여지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판교 아파트의 3.3㎡당 매매가는 2,191만원으로 이미 지난해 초 서울 강남권인 송파구를 추월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제2테크노밸리 조성은 판교신도시 내 주거시설의 가격선을 공고히 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 오피스·상가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판교 오피스는 공실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으며 내부 상권도 활성화된 상태다. 부동산 종합 서비스회사 메이트플러스에 따르면 판교신도시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해 말 현재 1.1%로 서울(5.4%)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강남의 오피스 시장은 오히려 침체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판교테크노밸리로 속속 빠져나갈 경우 강남권 오피스 공실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장진택 리맥스코리아 이사는 "지금은 예전처럼 오피스 수요가 광범위하게 창출되지 않는다"며 "현재 서울 오피스 시장이 공급과잉으로 겪는 어려움을 감안하면 정부가 지역별 공급을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