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지명자는 이날 워싱턴DC에서 2시간 동안 열린 상원 금융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4년 임기 동안 자신의 최대 임무인 출구전략에 대한 입장을 조목조목 밝혔다. 예민한 질문은 피해가던 벤 버냉키 현 의장과 달리 비록 완곡한 화법이나마 연준의 정책방향을 투명하면서도 솔직하게 드러냈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데다 청문회 직후 공화당 의원들도 호평을 쏟아낸 점을 감안하면 옐런 지명자는 다음주 초로 예정된 인준 절차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문회 발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자산 버블에 대한 평가다. 옐런 지명자는 양적완화 정책이 주가ㆍ부동산 등의 자산 버블을 일으키고 있다는 공화당 의원들의 공세에 맞서 "주요 자산시장에서 버블 상황을 보지 못지 못했다"며 "최소한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 주가는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지만 주가수익비율(PER) 등의 전통적 기준으로 볼 때 버블이 아니다"라며 "주택가격도 많이 올랐지만 라스베이거스 등 대부분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급락했던 지역에 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옐런 지명자는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 각 부문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주는) 둔탁한 정책도구이기 때문에 거품제거를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산 거품이 발생하면 통화정책 틀을 쓸 수도 있지만 감독강화를 첫 번째 방어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내년 3월쯤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가더라도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이 연준 목표치인 각각 6.5%, 2.0%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자산 거품이 발생해도 상당 기간 현행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아울러 옐런 지명자는 전날 상원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 이어 자산매입 축소 조치를 내년으로 미루겠다는 뜻도 거듭 시사했다. 그는 "실업률이 7.3%로 여전히 높고 경기회복세가 취약하다"며 "현행 경기부양책을 당장 중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자산매입은 여전히 부작용보다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며 여러 경제지표 가운데 고용사정이 프로그램 종료 여부의 최우선 잣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옐런 지명자는 "양적완화 축소는 정해진 시간표가 없고 경제지표에 좌우될 것"이라며 "통화정책회의가 열릴 때마다 연준 위원들이 노동시장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는지를 점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옐런 지명자는 월가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형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을 확충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며 "몇몇 큰 은행만 혜택을 입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 관행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며 필요하다면 금융규제 법안인 '도드-프랭크법'을 넘어 추가 조치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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