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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정한 동반성장의 길


중소기업인들의 큰 잔치인 '중소기업주간'이 올해로 23회를 맞는다. 국민경제 뿌리인 중소기업의 의미를 되새기며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고 중소기업인들의 사기진작을 고취하기 위해 지난 1989년부터 매년 5월 셋째 주를 중소기업주간으로 정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함께하는 중소기업 더 큰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5월16일부터 한주간 진행되며 특히 '함께한다'는 의미처럼 행사 주관기관으로 참여하는 중소기업 단체들이 작년보다 10개나 늘었고 행사도 15%가량 증가했다.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성숙해졌다. 주간행사가 중소기업인만의 잔치에서 그치지 않고 소상공인과 근로자ㆍ외국인노동자ㆍ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계층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大·中企 사업 동반자 인식 필요 그동안 중소기업인들은 생존 차원의 기업경영에 치우쳐 투명경영이나 근로자 권익향상, 사회공헌 같은 사회적 책임에 관심이 부족했다. 일부 중소기업은 법인카드를 개인용도로 유용하기도 하고 현금거래 수입액을 세금 누락하기도 했으며 매출액을 부풀리기도 했다. 이제 중소기업은 이 같은 구태를 벗고 지속 성장의 새로운 기업가치 창조를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올해 중소기업주간은 중소기업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이고 대ㆍ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중소기업주간의 백미는 16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리는 '전국중소기업인대회'로 유공자 포상과 지난해 9월 정부의 동반성장대책 발표 이후 추진돼왔던 업계의 자구노력 성과들을 살펴보고 국민 앞에서 투명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다짐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반성장의 실질적 키(key)는 대기업이 갖고 있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하청업체 정도로 여기지 않고 진정한 사업의 동반자요 한 가족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를 가족처럼 여기는 동반성장 관계가 얼마나 놀라운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자연생태계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생태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열대 우림 속에서 자라는 '황소 뿔(bull-horn) 아카시아'는 다른 키 큰 나무들과 햇볕 얻기 싸움에서 뒤처져 힘겨운 생활을 한다. 그러나 공생관계인 개미들이 황소 뿔 아카시아에서 정착해서 살게 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개미들은 황소 뿔처럼 생긴 가시를 아파트로 제공받고 가지와 잎에서 꿀과 단백질 등을 양식으로 무한 공급받는다. 반면 개미들은 주변 나무들의 뿌리를 잘라 고사시키고 황소 뿔 아카시아에게 햇볕과 영양분이 충분이 공급되도록 돕는다. 그 결과 황소 뿔 아카시아는 더 크고 더 높게 자라고 개미들도 더불어 번성한다. 지난해 정부의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 발표 이후 중소기업계에서는 '변화의 물결은 시작됐으나 현장체감도는 아직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실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결과 응답업체 25.7%가 과거보다 불공정거래 관행이 '개선됐다'고 응답했으며, 또한 '정부의 동반성장 의지가 예전과 확실히 다르다'거나 '대기업이 무조건 단가를 깎자는 얘기를 못하는 것만도 큰 수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대기업들도 과거에 비해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현대 기아차는 거래업체들에게 시세변동의 5%까지 반영해주는 원자재가격 연동제를 실시하고 삼성전자는 협력 중소기업에 기술개발 인력을 파견해 최첨단 3D 텔레비전 관련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공생관계로 공동 번영 노력을 그러나 아직도 많은 대기업들이 비상장계열사에 과도한 일감 몰아주기를 하거나 무차별적인 소모성자재(MRO) 사업영역 확장, 그리고 두부ㆍ떡볶이 같은 서민ㆍ중소기업형 업종에 진입하는 등 근본적 인식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23회 중소기업주간을 맞아 다시 한번 대ㆍ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황소 뿔 아카시아와 개미들 간 공생관계처럼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를 공동 유기체로 생각하고 세계 시장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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