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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불과 달포 뒤에 치러진 6·4지방선거에서 '약풍'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들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이 제기한 박근혜 정권에 대한 '견제·심판론'에 대해 일정 부분 손을 들어주면서도 여권에 다시 한번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과 대구에서도 야권 표가 상당히 나왔지만 결국 새누리당이 읍소한 '박근혜 마케팅'과 '국정 안정론'이 나름대로 먹혀든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지 않은 '숨은 표'가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균형을 이뤘다고도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여야 간에 사실상 무승부를 기록했다"는 평가와 함께 일각에서는 견제와 균형 측면에서 '황금분할' 구도가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 결과 잠정투표율이 56.8%(2010년에는 54.5%)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 성향의 30대 이하와 보수 성향의 50대 이상이 투표장에 비슷하게 나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관건인 '앵그리맘(분노한 엄마들)'의 경우에도 '견제·심판론'에 적극 가담한 정황은 그다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권 2년차에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여야 모두에 기회를 준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2010년 선거에서 야당의 대승에 비해 이번에는 여야 일방의 압승이 아닌 '견제와 균형' 양상이 나타났다"며 "이는 여야 모두에 기회를 준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이에 앞서 2010년 6·2지방선거에서는 그해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여권이 대북 강경 드라이브를 걸었다가 역풍을 맞으면서 야당이 친노무현계의 돌풍을 앞세워 승리한 바 있다. 당시 6·2지방선거에서는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이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해 6곳, 새정치민주연합(당시 민주당)이 인천과 강원·충남북 등 7곳, 자유선진당이 2곳, 무소속이 2곳에서 당선됐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서 지방선거의 상징 격인 서울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원순 후보가 압승을 거둔 반면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선거에서는 5일 0시30분 현재 새누리당의 남경필 후보와 유정복 후보가 앞서고 있어 균형을 갖췄다는 평이 나온다.
충청에서는 충남과 세종시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안희정 후보와 이춘희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고 대전과 충북에서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측이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인 영호남에서는 끝내 이변이 나타나지 않았다. 광주에서는 당 지도부로부터 전략공천을 받은 윤장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역전승을 거뒀고 부산에서도 새누리당의 서병수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막판 열세를 보였으나 실제 뚜껑을 열자 박빙우세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나름대로 선방했다"면서도 "당의 안방인 부산에서 고전하고 대구에서도 야권표가 적지 않게 나온 것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사실상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6·4지방선거 이후 당청 관계에 일정 부분 변화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비록 이번 선거에서는 '박근혜 마케팅'에 의존했지만 동시에 "더 이상 청와대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는 앞으로 인적쇄신과 국정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관계자는 "야당이 '세월호 참사'의 심판 여론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다"며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여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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