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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산안을 12년 만에 법정시한 내 처리한 여야가 연말 '입법전쟁'에 나선다. 오는 9일로 종료되는 정기국회로는 기한이 부족해 임시국회를 여는 방안이 현재로서는 유력하다. 한 달간의 '연장전' 가능성이 높지만 각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안건이 상이해 치열한 기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야당은 예산안 처리에서 국회 선진화법에 발목이 잡혀 사실상 판정패한 탓에 법안 처리에서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여당의 대응이 주목된다.
예산안 처리에 숨 돌릴 틈도 없이 여야는 3일 국회 법제사법위·외교통일위·기획재정위 등 8개 상임위에서 전체회의와 법안소위를 가동해 일제히 법안 심사에 착수했다.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논란=지방세법 개정안을 논의한 안전행정위는 주민세, 영업용 자동차세 인상을 놓고 야당의 반발이 거셌다. 정부와 여당은 20년째 동결된 만큼 세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으나 야당은 담뱃세 인상에 이어 간접세 성격의 주민세까지 올리는 사실상의 '증세'를 허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노동위원회도 고용보험법·노동위원회법 등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야당은 최저임금법 개정안과 근로시간단축법 등의 민생법안 우선 처리를 강조했다.
여야가 정기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법안의 입장 차이는 상당하다.
◇공무원연금 개혁 VS 사자방 국정조사=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으나 야당은 급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공기업 개혁, 규제 개혁 등 3대 개혁은 물론 민생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30개 법안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면서 "11월28일 여야 합의에 따라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한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며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반면 야당은 여당이 주장하는 경제 활성화 법안은 '가짜 민생법안'으로 규정하고 있고 공무원연금 개혁 등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연내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당은 공무원연금 개정안의 경우 사자방(4대강ㆍ자원외교ㆍ방산비리) 국정조사 등과의 '빅딜'을 통해서라도 정기국회 내 통과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불거진 정윤회 씨 등 비선 실세 의혹이 더해져 야당에 들이밀 카드가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여야 대립 법안들=여야의 입장 차가 좁혀지고 있지 않은 법안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크루즈 산업 육성법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입법을 요구한 법안이지만 야당에서는 크루즈 선박에 카지노를 개설하면 크루즈 산업이 활성화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도 야당은 '의료 영리화'라며 절대 통과시킬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호텔 설립 허가를 완화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도 야당은 학교 주변에 호텔을 지을 수 없다고 반발하는 법안이다.
부동산 관련 법안을 두고 여야가 희망하는 법안 처리의 우선순위도 나뉘고 있다. 새누리당은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재건축 활성화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전·월세 상한제 도입,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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