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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클릭] 로비스트


한국인 한 사람의 사진이 1976년 10월15일자 워싱턴포스트 1면에 큼지막하게 실렸다. 폭로 기사였다. "한국 정부가 미국 의회의 지지를 이끌어내려고 박동선과 정보기관 요원들을 동원해 의원들에게 현금과 선물을 제공했다"는 것. 1970년대 후반 미국 정가를 뒤흔들었던 '코리아 게이트'의 베일이 벗겨진 순간이다. 박동선이라는 로비스트의 이름도 이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로비(lobby)'는 영국 의사당 하원의원 대기실에서 유래한다는 게 일반적이다. 입법을 청원하기 위해 기업 또는 이익단체들이 몰려들면서 의미가 더해졌다는 것이다. 1800년대 중반 율리시스 그랜트 미국 대통령이 자주 갔던 위저드호텔 로비를 시초로 보는 설도 있다. 기원이야 어쨌든 로비스트는 정치인에게 줄을 대 원하는 사업이나 법안을 성사시키는 게 지상목적이다. 최대 무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돈.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겠다는 경제원리는 여기서도 작동한다.

△로비의 성공은 곧 막대한 이익을 뜻한다. 지불 비용보다 얻은 이익이 200배 이상 되는 사례가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온갖 수단이 동원되는 게 무리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방 직후 적산불하에서 개발연대의 특권인 은행 대출, 1999년 옷 로비 사건, 2000년 린다 김 사건, 최근의 원자력 발전소 납품비리까지 이권이 있는 곳에 로비가 따라붙었다. 어디 우리만이랴. 영국에선 상ㆍ하원의원이 로비스트로 가장한 언론의 뇌물 유혹 함정취재에 걸려 망신을 샀다. 2006년에는 미국 공화당을 뒤흔든 잭 아브라모프 로비 사건이 터졌다. 로비스트에 대한 인식이 좋을 리 없다.



△로비스트 단체인 '미국 로비스트연맹(ALL)'이 '대정부 전문직협회'로 이름을 바꾸기 위해 회원투표를 실시한단다. 돈으로 정책을 사고파는 사람이라는 세간의 불편한 시선을 회피하기 위한 터. 툭하면 터지는 부정부패가 명칭을 바꾸면 사라지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어린 시절 들었던 동화가 머리를 스친다. 공작 깃털을 꼽고 공작새 흉내를 내던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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