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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사람이 탄 유인기가 무인기 편대를 지휘하고 음속의 5배를 넘는 극초음속기가 곧 현실로 찾아올까. 미국 국방부는 유인 전투기 1대가 무인기 20대를 공중에서 지휘하는 사람과 기계의 대규모 전폭기 편대를 구성하기 위한 연구비를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할 계획이다. 지난 2005년 개봉한 영화 '스텔스'의 현실화가 성큼 다가온 셈이다.
다만 영화와 다른 점도 적지 않다. 영화에서는 사람의 탑승과 조종 여부만 다를 뿐 유인기든 무인기든 기체의 형상과 성능이 같았지만 미국 국방부는 무인기의 기반을 항공모함 이착함 실험에 성공했던 X-47B로 삼을 계획이다. 유인기는 현 전투기가 통신 지휘 장비만 개량돼 그대로 쓰인다.
1대의 유인기가 다수의 저비용 무인기를 지휘한다는 구상이 현실화하면 폭격기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지도 모른다. 각종 미사일을 장착한 무인기를 거느린 유인 전투기는 전략 폭격기보다 많은 폭탄과 미사일의 적재가 가능하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기획국은 앞으로 수년 동안 최소한 5억달러의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
설 자리를 잃게 될 처지인 대형 폭격기도 무인기와의 결합에서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 음속 5배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는 무인 공격기를 B-52 같은 전략 폭격기에 매달고 안전한 공역에서 목표물을 때린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극초음속기는 무인기라기보다는 고속 순항미사일이어서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당연히 경제성이 떨어지지만 미국 공군은 실전 배치 목표 연도를 오는 2023년으로 잡아놓았다.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여부는 예산에 달렸다. 2004년 순간적으로 마하 9.8을 기록했던 X-43A의 개량형인 X-43D는 2007년 비공식적으로 마하 15를 넘기는 데까지 수십억달러의 예산이 들어갔다. 이를 통해 축적된 스크램제트 엔진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된 미국의 극초음속기 X-51A는 마하 5.5급의 순항 속도를 내고 있다.
속도가 대륙 간 탄도 미사일에 버금가는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의 등장은 전장 환경은 물론 국제 역학 관계를 기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아음속(음속 이하) 수준이지만 복잡한 비행경로를 갖는 순항 미사일이 초음속을 넘어 극초음속에 도달할 경우 대응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무기들은 남의 일이 아니다. 중동 일부와 한반도 상황 같은 국지전의 경우 유·무인기 간의 하이브리드 편대나 극초음속기를 활용한 제한적 폭격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국내 기술진도 여기에 관심을 갖고 있으나 수준은 개념 연구 단계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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