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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노조가 외면하는 산별노조

산별협상을 둘러싼 전국금속노조와 그 산하 현대차ㆍ기아차지부의 엇박자 행보는 이중교섭과 파업빈발에 따른 부담증가 등 산별노조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금속노조는 현대차 등 자동차 회사들이 산별교섭에 응하지 않자 오는 18일부터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의 방침에 따르지 않기로 했다. 지부교섭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속노조의 중앙교섭 결렬에 따른 파업 찬반투표를 하는 것은 무리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기아차 노조는 이미 회사 측과 독자적으로 임금협상을 하다가 결렬되자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차ㆍ기아차 모두 지부 차원의 협상을 먼저 했거나 할 계획인 셈이다. 금속노조는 산별 중앙교섭 타결 없이 지부교섭 타결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주장대로라면 현대차는 자사 노조와 협상을 타결해도 또 다시 금속노조와 산별교섭을 벌여야 한다. 이중교섭의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그게 잘 타결되면 다행이지만 결렬돼 금속노조 차원의 파업이 벌어져 현대차 지부가 파업에 동참할 경우 그 부담은 더욱 커진다. 자사 노조와의 협상을 타결해놓고도 다른 노사 때문에 엉뚱한 손실을 입는 것이다. 민주노총 등은 산별노조 체제가 파업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고 강변해왔다. 중앙교섭을 하게 됨으로써 기업별 노조 체제에서의 개별노조 파업이 감소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기아차의 경우처럼 산별 체제가 개별기업 파업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금속노조는 조합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저지 파업과 같은 정치성 파업으로 산별노조 체제의 파업빈발 우려를 입증해줬다. 산별노조가 조합원들의 권익이 아닌 노동계 지도부만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거듭 지적하는 것이지만 산별교섭은 각 기업의 경영실적 등 제반 사정이 다른 만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산별노조의 원조격인 유럽의 기업별 노조 전환이 보여주듯 산별노조는 세계적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 그래도 산별교섭을 하겠다면 노동계가 이중교섭 등의 부담요인을 해소하려는 자세와 노력을 먼저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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