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을 좇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통화로 달러에 눈을 돌리고 있다. 달러 가치가 빠른 속도로 추락하면서 달러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새로운 ‘돈 굴리기’ 수법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캐리 트레이드의 대표 통화였던 엔화와 스위스 프랑화 가치가 절상돼 캐리 트레이드 대상으로 매력이 떨어지고 추가적인 달러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에 초래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달러 캐리의 부활은 미국의 금리가 1%대로 떨어진 지난 2004년 이후 3년 만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오는 12월11일 금리회의를 앞두고 경기침체를 저지하기 위해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인지, 달러 하락세를 저지하기 위해 금리를 유지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가 상당 기간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런던 소재 인텔리전스캐피털의 아비나시 페르셔드 회장은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캐리 트레이드 통화로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는 달러자산으로 브라질 레알(11.25%), 호주 달러(6.75%), 영국 파운드(5.75%) 등 금리가 높은 다른 통화를 매입하기 때문에 달러 약세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레알화는 올 들어 달러에 비해 무려 18.5% 절상됐다. 캐리 트레이드에 달러가 활용되는 새로운 글로벌 자금흐름은 두 가지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다. 첫째, 엔화 가치의 급격한 상승으로 엔 캐리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는 올 들어 달러에 비해 10%가량 절상됐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0.5%인 엔화를 활용해 투자수익을 올린다 해도 나중에 엔화를 갚을 때 환차손이 발생하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의 변동성 증가는 이같이 위험한 투자방식을 기피하기 마련이다. 반대로 달러 약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달러 캐리 트레이드는 나중에 빌린 달러를 되갚을 때 환차익까지 볼 수 있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안전성과 수익성까지 겸비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블룸버그의 분석에 따르면 달러 펀드를 영국 파운드, 브라질 레알 등이 포함된 통화 바스켓으로 대체 투자할 경우 올해 17%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엔화를 캐리 트레이드로 운용할 때의 수익률 9%와 스위스 프랑화를 이용한 수익률 7%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는 2003년 7월 미국의 금리가 1%로 떨어지자 이듬해부터 유행한 바 있다. 3년 전 미국의 연방기금금리가 1%대일 때에 비해 지금은 4.5%로 상당히 높은데도 달러 캐리가 부활한 것은 다소 이례적인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바람에 초래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엔 캐리는 금융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쏠림 현상으로 역류(엔화 상환)했으며 이 바람에 엔화 가치는 10월15일 이후 무려 8.7% 절상됐다. 두번째 요인은 미국 내부적 경제환경에서 비롯된다. 경기침체로 달러 약세가 좀 더 오래 갈 것이라는 분석에서 연유한다. 통화 가치는 해당 국가의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데 미국 경제의 경우 부동산발 경기침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FRB가 경기 경착륙을 막기 위해 추가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인 핌코의 빌 그로스 투자책임자는 “미 연방금리가 3%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고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달러화가 더 떨어질 것이어서 달러로 수익을 내는 기업의 투자비중을 줄일 것”이라고 투자원칙을 밝히기도 했다. 젠스 노드빅 골드만삭스 외환전략가는 “앞으로 2년 동안 엔 또는 스위스 프랑에서 달러로 대체하는 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1,000억달러를 웃돌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달러는 지난주 말 유로화에 대해 1.496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 1.5달러 시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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