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청년실업률은 10.2%를 기록했다. 6월 기준으로는 2000년대 들어 가장 높다. 특히 추세적으로 계속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 단순히 일시적인 문제로 치부하기는 곤란해 보인다. 또한 노동시장 내부를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의 청년층 상황이 남유럽을 닮아간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 그저 기우처럼 비쳐지지 않는다. 지나친 고학력화에 따른 노동시장 미스매치의 문제, 비정규직의 높은 비율과 정규직에 비해 낮은 처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심각한 임금격차로 대별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 등이 불행히도 우리가 닮고 싶어 하지 않는 남유럽과 너무도 닮은 꼴이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해 지난 27일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청년 일자리를 20만개 이상 늘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그런데 과거 대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대책들 위주여서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많다.
일단 근본적인 처방이 빠져 있다. 청년이 처한 노동시장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고자 하는 치열한 고민이 없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를 어떻게 개혁해나갈 것인지 확실한 방향 제시가 보이지 않는다. 노동시장 개혁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는 하지만 노사정위원회의 합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를 추진할 강력한 리더십이 과연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양질의 일자리를 직접 창출하는 일은 순전히 공공 부문의 부담으로 돌렸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세 부담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보다 바람직하기는 민간 부문에서 직접 일자리를 늘리도록 하는 것이지만 이번 대책에서는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줘서 기업이 스스로 일자리를 늘리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에 그쳤다. 과연 이런 인센티브가 어느 정도의 일자리 순증으로 연결될지 알 수 없다. 이론적으로는 소위 사중손실(死重損失·재화나 서비스의 균형이 파레토 최적이 아닐 때 발생하는 경제적 효용의 순손실)이 많아 일자리 순증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다시 말해 이러한 지원이 없더라도 원래 채용을 확대할 생각이었던 기업들만 주로 이런 인센티브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돈을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 제시된 대책들이 과연 제대로 된 정책평가를 토대로 세워진 것인지 의문이다. 다시 말해 증거에 기반한 정책(evidence-based policy)이 추진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예컨대 현재와 같은 인턴십이 좋은 일자리 취업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제대로 된 실증근거가 있는지 묻고 싶다. 한정된 예산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는 정부정책에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엄밀한 성과평가가 전제돼야 한다.
무엇보다 대기업이 일자리를 늘리도록 해야 한다. 청년고용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면 인센티브에 의존하는 정책을 넘어 보다 직접적인 방식까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세밀한 정책 설계를 전제로 기존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줄이고 대신 청년고용을 확대하는 식의 보다 과감한 '세대 간 대타협' 정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인식하는 청년고용상황과 정부가 내세운 대책 간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어 보인다. 상황이 심각하다면 대책도 보다 적극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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