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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의자의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는 부품은 일반 금형으로는 만들 수 없습니다. 지난 2001년 제가 '파인 블랭킹(fine blanking)'이라 불리는 정밀공법을 이용해 특수 금형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전부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습니다."(이관영 아스픽 기술연구소 소장)
우수한 기술과 기능을 보유한 대한민국의 명장이 산업현장의 교수로 나선다.
고용노동부는 9일 오후 충남 천안시의 한국기술교육대학 능력개발교육원에서 현장 기술전문가 95명을 '대한민국 산업현장 교수'로 선정하고 위촉장을 수여했다.
1984년 금성사(현 LG전자)의 금형사업부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이 소장은 이후 신라엔지니어링ㆍ삼성전기 등을 거치며 실력을 쌓았다.
이 소장의 전매특허인 파인 블랭킹 공법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20년이 채 안 된다. 다재다능함이 각광 받는 21세기이지만 이 소장은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 일가를 이룬 장인이 되고 싶었다.
파인 블랭킹 공법에 매달린 지 10여년 만에 이 소장은 결국 해냈다. 자동차 의자의 측면 아래 부분에 달리는 부품 생산을 위한 특수 금형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정밀공법을 이용해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 이 소장은 "오랜 세월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기꺼운 마음으로 나서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소장뿐 아니라 다른 참여자의 면면도 눈부시다. 25년간 기아자동차에서 생산기술직으로 일한 뒤 2000년부터 디피코엔지니어링에 몸담고 있는 윤필구 이사의 수상경력은 특히 화려하다.
제8회 전국기능경진대회 1위, 제22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 2위에 입상했으며 1975년 정부로부터 철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윤 이사는 "처음 현장에서 자동차 엔진 부품을 가공할 때는 빠르게 힘을 주는 것만 능사인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 같은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강약중강약, 슬로 슬로 퀵 같은 특유의 리듬감을 현장의 후배들에게 전수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올해 정부가 처음 도입해 실시한 '대한민국 산업현장 교수 공모'에는 955명의 기능인이 신청했으며 고용부는 직종ㆍ경력·분야별 현장 수요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95명을 선정했다.
이들은 특성화고와 대학ㆍ중소기업 등에 파견돼 현장에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진로 지도 및 컨설팅 제공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장교수 지원을 신청한 80여 기관의 각 수요에 따른 매칭 방식으로 지정 교수를 선정한 뒤 이르면 이달 말부터 현장 파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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