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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년연장의 전제조건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 교수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해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에 따라 오는 2016년부터 의무화되는 60세 정년제를 2년 앞당겨 실시하는 것이다. 또 정년 연장과 더불어 55세의 임금을 피크로 1년에 10%씩 줄어드는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예컨대 55세에 연봉 1억원을 받는 사람이라면 56세에는 9,000만원, 57세에는 8,100만원 등으로 연봉이 점차 줄어드는 것이다.

고용기회 늘리는 피크제 수용은 당연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에서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를 함께 실시하는 것은 다른 기업들에 벤치마크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년 연장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아직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 같지 않다. '정년만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는 안 하면 안 되는가' '왜 꼭 임금을 줄여가야 하나'라는 의문들이 제기될 수 있다.

한국의 임금체계가 임금이 생산성을 정확히 반영하는 완전한 직무성과급체계라면 임금피크제 없이 정년을 연장해도 된다. 아니 굳이 정년을 둘 필요도 없이 60세건 70세건 원하는 대로 일할 수 있다. 미국 대학들이 그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정년제도와 임금체계가 맞물려 있는 이유는 우리가 연공형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의 생산성은 입사 후 점차 상승해 40대에 최고점에 이른 후 하락하는 것이 보통이다. 임금은 생산성에 비례하는 것이 일반원리이므로 생산성대로 임금을 맞춘다면 임금 또한 40대에 피크에 달한 후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봉급이 계속 상승하기를 바란다. 이 같은 욕구를 반영해 연공에 따라 급여가 올라가는 연공형 임금체계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연공형 임금체계는 40대 이후 생산성은 하락함에도 임금이 상승하는 괴리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젊을 때의 생산성보다 덜 받는 지급미달(underpay)의 기간을 두는 것이다. 그래야 나이 들어 생산성보다 더 받는 초과지급(overpay)이 가능하다. 지금 55세인 간부가 생산성은 5,000만원인데도 연봉 1억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그가 과장일 때 생산성은 1억원이었지만 5,000만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둘째, 정년을 둬 기간을 제한하는 것이다. 초과지급의 기간을 무한정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생애생산성과 생애임금을 맞추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정년 연장은 초과지급기간을 늘리는 것과 같고 임금이 생산성보다 커지는 불균형을 초래한다. 따라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초과지급 폭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임금을 줄여가는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노사 함께 생산성-임금 괴리줄여야

만일 정년 연장만 받아들이고 임금피크제는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적어도 세 가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첫째, 회사 내 모든 직원들의 연간 임금상승율이 낮아질 것이다. 정년 연장자의 고임금 저생산성의 괴리를 메우기 위해서 전 직원의 임금이 희생되는 것이다. 둘째, 젊은 인력을 채용할 수 없을 것이다. 고임금 구조로 채용여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고용은 안정되지만 대신 자식의 고용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다. 셋째, 나이 오십 되기 전에 직장에서 밀려나는 '사오정'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다. 기업은 고임금 고령자를 줄이기 위해 미리부터 최대한 걸러낼 것이고 결국 60세 정년은 꿈일 뿐 상대적으로 젊은 40대의 실업을 야기할 것이다. 이런 결과들은 불합리할 뿐 아니라 불공정하기도 하다. 타인에게 부담을 전가하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에 따라 연공형 임금체계가 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역할·성과급체계로 가는 것이겠지만 여기에는 상당한 준비와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차선책으로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일단 임금피크제를 통해 초과지급 부담을 가급적 줄여가면서 대신 정년을 연장해 더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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