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을 강조하는 '구조조정과 연계한 구제금융'이라는 유로존 재정위기 대처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메르켈의 승리는 유로존 위기 대처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보상"이라고 평가했다.
메르켈 정권은 선거기간 이 문제의 정치적 쟁점화를 피했지만 유권자들은 선거 결과로 면죄부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도 선거 후 독일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EU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계속 할 것"이라며 "결과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국내외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구조조정 및 긴축정책 추진과정에서 다른 유로존 국가들과의 마찰도 우려된다. 당장 오는 11월께로 예상되는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논의가 기다리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유세에서 남유럽 국가들에 대한 추가 지원 의사를 시사하면서도 전제조건으로 긴축을 강조해 프랑스 등 이에 반대하는 국가들과의 대립이 예상된다.
EU가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추진 중인 금융통합 논의도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은 EU 설립근거 조약인 리스본조약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반대해왔으나 지난 14일 EU 재무장관회의에서 개정 없이도 은행연합 계획의 추진이 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사회민주당과의 대연정이 성사될 경우 유럽 정책과 달리 국내 노동정책에서는 변화가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사회민주당은 연정에 참여하는 대신 최저임금제 등 개혁정책을 대가로 끌어내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 EU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정당이 의회진입 문턱까지 선전하면서 EU에 반대하는 정서가 표면화된 점도 독일 정부에는 부담이다. 로이터통신은 "AfD가 기세를 타면서 메르켈 정권도 이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고 향후 유로존 정책추진 과정에서 반 EU 정서 확산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메르켈의 선거 승리는 호재로 작용했다. 23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전거래일인 20일에 비해 0.0004달러 오른 1유로당 1.352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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