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허술한 관리와 부실한 안전점검 등 우리 사회 재난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초대형 인재(人災)다. 이 기회에 우리 사회 전반의 안전관리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난 40년간 국가 경제발전 성장을 떠받쳐온 전국 산업단지가 안전 사각지대에 있다. 노후시설물이 대부분인데다 지하매설물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는 공단지역은 대형사고가 발생할 경우 세월호보다 더 큰 참사로 이어질 위험성을 항상 안고 있다.
40년된 노후관 거미줄처럼 얽혀
장치나 배관은 시간이 흐를수록 썩기 마련이다. 기업에서는 안전을 밥 먹듯이 외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사고 3개월만 지나면 까맣게 잊어버린다. 인간은 마음 편하게 잊고 살면 되지만 땅밑에서는 어떤 일들이 계속 벌어질까. 가장 먼저 석유화학단지가 준공돼 대한민국 근대화의 주역이었던 울산을 찾아가본다.
울산은 세계적으로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운 산업안전 위험지역이다. 반경 30㎢ 이내에 10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2기가 신설되고 있다. 또 경유발전소 2곳과 세계 유수의 대단위 석유화학단지가 있다. 국가 석유비축기지가 있고 동북아 오일허브 산업 육성을 위한 원유탱크 증설과 해저배관 증·이설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석유화학단지 지하에 위험시설인 가스·화학물질 배관이 1,000㎞ 넘게 매설돼 있는 등 좁은 지역에 잠재적 위험시설이 이토록 집중돼 있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다. 매설된 배관은 사람으로 말하면 혈관 같은 존재로 그 안을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문제 여부를 식별하기도 곤란하다. 산단 조성 초기부터 지난 수십년간 입주업체들이 앞다퉈 매설한 지하관로들은 포화상태에 이른 지 오래다.
지상관로는 가스 누출 등 문제가 발생하면 지하에 비해 발 빠른 초동조치가 가능하고 또 평소 잦은 유지보수 관리로 사고 위험성을 그만큼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지하관로는 한번 땅에 묻으면 눈에 잘 띄지 않아 관계기관들의 지도점검도 쉽게 피할 수 있고 유지보수 관리비도 절약할 수 있는 일석이조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기 쉬워 사고를 키울 수 있다.
지난 40년간 국가 경제발전 성장을 떠받쳐온 울산 산업단지가 안전 사각지대에 있다. 울산산단은 1970년대에 집중적으로 조성됐기 때문에 앞으로 노후 산업단지 안전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단계적 지상화 시급
울산에는 고압가스관과 위험물질 배관이 대부분 지하에 매설돼 있다. 땅속에 있는 숨은 배관들은 더 위험하다. 차라리 지상에 나와 있는 배관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피해서라도 다니면 되지만 땅속에 있는 배관들은 피할 수가 없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후 지하배관의 지상화'밖에 없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등 안전 관련 기관에 청한다. 안전은 너무나 광범위해 손댈 수 없는 일이 아니라 너무나 중요해 지금 당장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고 발상을 바꿔야 한다. 일이 터지고 난 다음에 이뤄지는 안전대책은 소용이 없다. 특히 울산의 노후 지하관로는 하루빨리 공동 파이프랙을 설치해 순차적으로 지상화해야 한다. 여러 어려움이 있다 해도 더 이상 늦출 수가 없다. 내년에는 공동 파이프랙 구축사업이 실제로 진행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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