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아직도 철학이 필요한가'
독일의 철학자 아도르노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스스로 이렇게 물었다. 대체 지금껏 무엇을 했기에 이토록 참혹한 전쟁이 일어난 것이며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냐는 고민을 담은 질문이다.
철학자인 저자 역시 세월호 사건 이후 같은 질문에 직면했다고 한다. "나의 학문적 활동이 인간 권리를 증진하는 데 아무런 기여도 할 수 없는 것이라면 아마도 나는 나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게 될 것이다"고 말한 칸트와 같이, 저자는 '세월호 유족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철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책무의식을 느끼며 이 책을 펴냈다.
책은 세월호가 우리에게 던진 고통스러운 질문들에 대해 답해보고자 하는 철학적 시도다. 국민들과 위정자 사이에서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국가 권력을 바라보며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다. 더불어 세월호 침몰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신자유주의와 이 사건을 둘러싼 선장·선원 등의 개별 행위자의 윤리에 대해 논한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 후에야 비로소 발견된, 존엄성을 잃은 우리 사회의 야만성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칸트의 눈을 빌려 세월호 침몰 이전의 한국 사회는 인간 본성에 전혀 적합하지 않은 사회라고 진단하며, 공동체가 비용을 들여서라도 이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에 끈기있게 대응하고 사건 이후 바뀐 나의 일상에 주목하며 긴 호흡으로 성찰과 변화를 위한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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