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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들이 원가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사업 부문에서도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손실 발생 우려가 커진 데 따른 대응책이다. 특히 최근에는 원가절감을 위해 내부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등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을 수립해 수익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외 할 것 없이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라며 "돈 되는 공사만 수주할 수도 없는 일이어서 원가절감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올 초 플랜트와 토목사업본부에 '원가혁신팀'을 신설하고 전사적인 원가 혁신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사업별로 프로젝트 매니저(PM)가 원가절감 업무를 담당했지만 부서 간 협업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새로 만든 원가혁신팀에는 설계ㆍ기술, 조달, 시공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임직원을 포진시켰으며 인원도 30명으로 크게 늘렸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영업과 자재 구매 등은 물론 최적화 설계 등을 통해 기술적인 부문에서도 비용절감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GS건설 역시 지난해 외부 컨설팅을 진행한 뒤 하반기부터 상시조직인 원가혁신팀을 만들고 중점 추진과제 30개를 확정했다. 중점 추진과제에는 통합발주 활성화, 구매협력사 확대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이를 수주ㆍ설계ㆍ시공 등 단계별로 나눠 구분해 과제 검토에 나섰다.
GS건설의 한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 위기가 커지면서 실제 실행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고 대응하려는 것이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회사 재경본부 안에 사업관리실을 두고 지속적으로 사업 원가절감을 추진해오고 있으며 특히 자체 개발한 사업실적관리시스템(HPMS-GERP)을 이용해 조달비용, 미수금 및 공사 기성 등을 손쉽게 파악해 낭비 요소가 없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원가절감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국내외 건설공사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국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10년 5.9%에서 지난해 3ㆍ4분기 4.1%로 크게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A건설의 경우 지난해 4ㆍ4분기에 아랍에미리트의 한 사업장에서 1,100억원의 공사 손실 충당금을 쌓았다는 소식으로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ㆍ4분기 플랜트 부문 원가율이 전 분기보다 21%포인트 상승하는 등 전반적인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B건설은 해외 현장에서 추가비용이 대거 발생하면서 지난해 말 비화공 부문 원가율이 전 분기 대비 3.1%포인트 상승하기도 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심화된 해외 수주 경쟁이 수익성 악화로 나타난 것"이라며 "저가 수주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외주업체 부도,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의 영향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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