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안전자산' '유럽 위기국 국채=리스크 자산'이라는 글로벌 시장의 상식의 틀이 바뀌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각광받던 미국 장기국채가 최근 들어 크게 출렁이며 시장불안을 초래하고 있는 반면 지난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수준으로 치솟으며 시장을 뒤흔든 스페인과 이탈리아 장기국채 금리는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며 미 국채보다 리스크가 낮은 투자상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지난달 중순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논란이 불거진 이래 글로벌 금융시장의 질서가 격변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유로존 경제가 상대적으로 안정되면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가 안정을 찾은 것과 달리 미국의 경기흐름과 연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국채 금리의 변동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의 내국인 투자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들 국채의 상대적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작은 리스크 요인에도 동요하는 외국인투자가들과 달리 국내 투자가들은 시장불안에도 국채를 팔아치우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UBS의 라민 나키사 전략가는 "유로 위기국 채권 리스크는 감소한 반면 미 국채 리스크는 양적완화 축소 논란 이후 높아졌다"며 "자산매입 축소가 시작되면서 미 국채의 변동성은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연준의 출구전략에 따른 시장불안이 우려한 만큼 심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FT는 실제로 미국의 단기국채 금리는 여전히 안정적이고 시장불안을 반영하는 VIX(공포지수)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라며 유럽 위기국과 미 국채 변동성 간 역전현상은 미국의 출구전략 요인보다 유럽 재정위기 완화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양적완화 축소로 글로벌 변동성이 확대되더라도 그와 같은 현상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FT는 덧붙였다. 나키사 전략가는 "양적완화가 종료되면 미 국채는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시장의 시선은 다시 유로존이나 다른 곳을 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