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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예산실 고객의 작은 소원
입력2011-05-01 17:18:02
수정
2011.05.01 17:18:02
정부과천청사 1동 4층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이 위치한 자리다. 속칭 '나라 곳간'이다. 예산실은 워낙 격무여서 재정부 안에서 그리 인기가 없다. 하지만 다른 부처 공무원에게는 여전히 '상전'이다. 일선 부처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까지 한 푼의 예산이라도 더 따기 위해 예산실의 곳간지기들을 알현(?)하려 몸이 닳는다.
그런데 이들을 한번 만나는 것이 참으로 고역이다. 고압적이어서가 아니다. 최근 예산실 앞에서 만난 한 지치체 공무원은 하루 종일 복도를 서성이다 이런 푸념을 했다. "업무 협의 차 찾았는데 정말 다른 공무원들을 배려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예산실를 찾은 공무원들이 힘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예산실은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곳이라 5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전 부처 예산담당 공무원들이 몰려온다. 4층 예산실 복도는 실무자 한번 만나려 서성이는 공무원들로 북새통이다.
문제는 이들이 편히 쉴 곳이 전혀 없다는 것. 협의가 원활하지 않아 받는 스트레스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실무자를 만나기 위해 온종일 기다리는 육체적 피로는 참기 힘들다는 표정들이 역력하다. 협의가 잘 안되면 길게는 한 달 정도 고생해야 한다. .
옆 동네인 과천청사 3동의 지식경제부 공무원조차 "과천청사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그나마 좀 편한데 지방에서 올라온 공무원들은 휴게실이 없어 너무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불만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예산실 실무자들도 매년 정기국회가 열리면 길게는 두 달 이상 국회 복도에서 서성이고 대기하며 답변자료를 준비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쉴 곳 하나 없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휴게실 좀 마련해 주지…'라고.
쉴 공간 마련은 작은 배려다. 가뜩이나 예산실 문턱이 높다는 인식이 강한데 쉴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예산실 스스로 원성을 키울 필요가 있을까.
물론 재정부 자체 공간도 부족해 타 부처 공무원들이 쉴 공간을 마련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찾아 보면 작은 배려를 할 곳은 얼마든 있을 것이다. 타 부처 공무원들은 예산실 더 나아가 재정부에게는 고객이다. 재정부는 나라 곳간을 책임질 뿐만 아니라 경제컨트롤 타워로서 모든 부처를 조정한다. 내가 힘들면 남도 힘든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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