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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비스가 산업으로 발전하려면

김도훈 산업연구원장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어려운 국정 여건에서도 정부가 지난 12일 대통령 주재하에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중요한 제안들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은 우리 경제에 더 많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미래 한국 경제를 책임질 성장동력 원천의 하나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감을 얻어왔다. 역대 정부가 모두 강조했음에도 서비스산업이 기대만큼 빠르게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 이유로 서비스산업이 산업으로 발전하는 길을 여러 규제가 가로막고 있다는 점은 누차 지적됐고 역대 정부도 이 규제들을 완화 또는 개선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서비스산업 발전에 물꼬를 틀 결정적 규제개혁 조치는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특히 산업화가 유망한 서비스산업들을 선정하고 이 산업들을 둘러싼 규제만이라도 풀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전선을 유망한 서비스산업에 집중한 셈이다.

서비스산업 발전의 필요성이 광범위한 공감을 얻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그 열쇠가 되는 규제개혁을 추진하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필자는 우리나라에 서비스산업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산업화를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불식할 필요성을 제기하고자 한다.

공짜·국내용 등 고정관념에 규제 못깨

서비스산업에 대한 그릇된 고정관념은 크게 네 가지를 들 수 있겠다.



첫째, 서비스는 값이 싸야 한다는 인식이다. 우리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이것은 사장님이 드리는 특별 서비스입니다"가 아닐까. 즉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부터 고쳐야 한다는 말이다. 음식의 원가를 따질 때 서비스에 대한 대가는 쏙 빼놓는 관행도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이러한 그릇된 인식에 근거해 서비스산업 대부분에 적용되는 각종 가격 규제들이야말로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첫 번째 원인이다. 모든 국민이 필수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기초적인 서비스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산업화가 유망한 서비스의 경우는 전반적인 가격 규제 철폐를 단행해야 할 것이다.

둘째, 서비스는 공공성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다. 위의 가격 규제 논리와 같은 이유로 국민 모두에게 공통적인 (종종 비슷한 품질의) 서비스를 공여하는 책임을 정부와 기업이 감당해야 한다는 식의 공공성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한 서비스산업이 산업화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은 옅어진다.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공산품이 다양하게 생산되듯 서비스도 소비자의 기호에 부합해 다양하게 제공될 수 있을 때 산업화로 나아갈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국민차를 내놓은 독일이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 최고급 자동차들도 만들어내고 있는 점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셋째, 서비스는 영세하다는 인식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접하는 서비스산업은 종종 길가에 있는 음식료업·개인서비스업·소매유통업 등일지도 모른다. 이들은 영세해 사회적 약자가 되기 쉬우므로 보호하고 지원하는 대상일 뿐 산업으로 커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정보기술(IT) 관련 서비스산업에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나타난 사례를 얼마든지 발견하고 있고 음식료업·소매유통업에서도 맥도널드·월마트·까르푸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을 발견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수준의 강한 규제를 하는 일본에서 소프트뱅크·유니클로 같은 서비스 기업들이 글로벌화의 길을 자랑스럽게 걷는 것을 보면 부러울 뿐이다. 보호·지원해야 할 분야와 산업화가 가능한 분야를 분리해서 산업화 가능 분야의 규제를 풀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식 바꿔 개혁 기틀 마련해야

넷째, 서비스는 국내용이라는 인식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제 '제조업은 수출용'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제조업의 내수 의존도는 낮다. 서비스는 그 반대라는 인식이 아직도 대부분의 국민들 생각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산업화가 가능한 분야의 일선에 서 있는 전문가들은 이제 우리 서비스산업이 발전해 나갈 길은 중국·동남아 등 해외 시장이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해외로 뻗어 나가고자 하는 서비스 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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