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찬근 부장판사)는 현대차 사내하청 도급자 강모씨 등 994명이 현대차와 사내하청업체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며 “피고는 원고들에게 고용의사표시를 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날 재판은 강씨 등 931명이 현대차만을 상대로 낸 소송과 김모씨 등 63명이 현대차와 하청업체 13곳을 상대로 낸 소송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재판부는 전체 원고 중 소송 중에 신규채용된 40명 등을 제외한 이들의 근로자 지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대차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에 사내협력업체가 수행하는 업무의 범위에 관해 아무런 내용이 없으며 담당 공정도 현대차의 필요에 따라 수시로 변경된 점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고충을 직접 상담해 해결하거나 모범사원을 선정해 표창장을 수여하기도 한 점 △현대차 노동조합과 해마다 단체협약·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까지 합의해 처우 개선안을 마련한 점 △현대차가 사내협력업체에 물량을 배치하고 작업지시 등을 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현대차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업무 도급계약은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된다”며 “2년 이상 근무한 원고들은 근로자 지위에 있거나 고용의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금청구에서도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의 액수는 같은 공정에서 근무한 현대자동차 소속 근로자들과 동일한 기준에 따라 산정돼야 한다”며 “현대차는 이들이 청구한 582억9,508만원 가운데 230억9,810만원을 보상하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0년 7월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인 최병승씨가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최씨는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아닌) 현대차의 노무 지시를 받는 파견근로자”라며 “최씨가 파견근로자로 2년 넘게 일했으니 현대차는 최씨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이 판결이 나오자 같은 해 11월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근로자 1,596명은 “사내하청업체 소속으로 현대차 공장에서 근무했지만 사실상 파견노동자처럼 일했다”며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중 2년 이상 근무한 이들을 현대차 소속 노동자로 인정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법은 제조업에서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파견근로자를 사용해서는 안되며 2년 넘게 파견 근무를 한 근로자는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재판의 핵심은 법원이 원고들을 사내하도급 근로자로 인정할지 아니면 최씨와 마찬가지로 불법파견된 근로자로 인정할지 여부였다. 현대차는 2010년 대법원의 판결을 최병승씨 개인에 대한 판결로 전체 근로자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온 데다 현대하이스코와 삼성전자서비스, 한국GM 등의 하청업체 근로자들도 유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파견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재계와 노동계 전체에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현대차 측은 선고결과에 아쉬움을 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인력유연성 확보가 필수적이며 이는 단순히 비용절감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 사안”이라며 “강성노조와의 소모전에 따른 고임금 저생산성 구조에 통상임금, 장시간 근로 개선, 점차 강화되는 고용경직성 등의 외부 여건 변화는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악화시켜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선고 당일까지 원고 중 일부가 소 취하서를 제출함에 따라 선고가 한 차례 더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재판부가 소송을 유지한 원고들에 대해서만 ‘분리선고’하는 방식을 택해 연기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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