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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오라3동의 한 주거마을. 오래 전부터 촌락이 형성돼 있는 이곳에는 도시적이고 세련된 건물과 제주 전통의 돌담이 어우러진 단독주택이 들어서 있다. 주택의 이름은 SM'1 House. SM은 설계자 부친의 아호인 '송미'의 영어 약자이다. 하얀 외관으로 단연 깔끔함이 돋보이는 SM'1 House는 남쪽으로는 한라산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바다가 조망되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건물의 외부는 흰색과 단순한 면의 조합으로 구성됐다. 휘어지거나 구부러진 부분이 없이 네모 반듯한, 수수한 모습이다. 설계자인 선은수 선건축 대표는 "화려하게 기교를 부리기 보다는 실제로 거주하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건물 모양을 만들었다"며 "외관은 단순하게 설계했지만 각각의 공간에서 풍기는 느낌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건물 외벽은 정갈하면서도 깨끗한 흰색 '스터코(Stucco)'로 처리했다. 스터코는 소석회에 대리석가루와 찰흙을 섞은 마감재다. 단순한 흰색 페인트와 달리 대리석의 부드러운 입자감으로 차가운 느낌을 줄이고 빛에 따라 다양한 느낌이 연출된다. 입자에 맺히는 작은 그림자들의 무늬가 빛의 양과 각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흰색 외벽이 베이지색으로 보이기도 하고 석양이 비치면 오묘한 색으로 변한다.
SM'1 House의 화두는 마당이다. 안방과 거실은 물론 손님방, 욕실 등이 서로 다른 콘셉트로 꾸며진 5개의 마당과 연결돼 있어 비슷한 듯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안방에서 보이는 송이마당에는 화산 용암이 굳어져 만들어진 붉은색 돌인 '송이'들이 깔려있다. 걸을 때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나면서 잔디 위를 걷는 것과는 또 다른 질감이다. 손님방과 연결돼 있는 퐁낭마당에는 퐁낭(팽나무)이 심어져 있다. 퐁낭은 제주 마을 어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나무로 마을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로 기능해 왔다. 퐁낭을 심어 손님방의 개념을 부각시켰다.
SM'1 House는 전체적으로 제주 전통 가옥의 특징과 서정성을 녹여낸 흔적이 엿보인다. 어렸을 적 할머니 댁에서 보던 풍경을 되살리고 싶었던 설계자의 의도를 담아냈다. 마당 곳곳에 돌하루방, 장독대 등 전통물건이 배치됐으며, 욕실에서 보이는 눌왓마당에는 장작을 쌓았다.
건물 외부에서 내부로는 미끄러지듯 들어설 수 있다. 마당과 실내 바닥의 높이를 비슷하게 맞추고 커다란 통유리를 설치해 내외부의 단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앞마당과 뒷마당 역시 모두 거실과 이어져 있어 거실이 마당과 한 공간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거실과 이어진 주방도 다르지 않다. 주방에 서면 거실과 마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평소 다실로 활용하는 손님방 역시 퐁낭마당과 연결돼 있어 탁 트인 풍경을 선사한다. 손님방에는 도자기 등 전통적인 물건이 가득하다.
내부의 벽 역시 외벽처럼 흰색이지만 바닥의 깔린 원목마루로 따뜻한 느낌을 준다. 원목마루의 색깔은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으로 선택했는데 이는 흙이 까만 제주도의 특색을 반영한 것이다. 선 대표는 "지역의 자연조건을 고려해 내부 인테리어를 꾸밈으로써 제주와 이질적이지 않은 집으로 만들고 싶었다"며 "제주의 전통적인 특징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르는 것이 설계의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안락함 최우선 가치… 가족 소통의 공간으로 설계자 선은수 선건축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