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일부가 희망하는 것처럼 고립돼 있지 않아요. 한미 양국은 북한에 직접 접근하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미국 대표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초대 '코리아 체어(한국 석좌연구직)'로 임명된 캐슬린 문(사진) 웨즐리대 교수가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한미관계의 국제화와 민주화'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문 교수는 특히 "중국은 북한과의 동맹에 초점을 맞추고 북한을 개방으로 끌어내려고 하지 않는다"며 "한미 양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지만 기대하고 희망하는 만큼 건설적인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미 양국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중국에 의존하지 말고 직접 북한을 상대로 '관여정책'을 구사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교수는 "우리는 중국·일본과 좋은 협력관계를 맺어야 하지만 그보다는 북한을 상대로 외교적 진전을 이루고 평화를 만든 유럽연합(EU)·호주·캐나다·동남아시아·남미 등으로부터 교훈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과 가까운 영국·독일·네덜란드 등 45개 유럽 국가가 북한과 수교했다. 남미도 20개국이 넘고 아세안은 모든 국가가 공식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지난해 여름 학자들과 함께 연구차 평양을 방문했는데 한 레스토랑에 있는 코카콜라 캔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이탈리아가 미국으로부터 사서 북한에 판매한 것이었다"고 설명하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공식 거래가 없지만 북한인들은 코카콜라를 마시고 있는 현상이 흥미롭다"고도 했다.
탈북자 문제를 연구해온 문 교수는 "북한에서 나온 수천명의 탈북자와 난민들이 38선 이남에서 합법적 시민권을 갖고 있지만 이 '새로운 한국인'들이 어떤 국민적 정체성을 가질지는 미지수"라며 "지금 당장은 탈북자 대부분이 보수적으로 투표하고 북한 정권에 반대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이게 지속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2020년까지 탈북자 규모가 150만명을 초과할 것이며 다른 외국 국적자들과 함께 2050년에는 한국 전체 인구의 약 10%를 차지할 것"이라며 "특히 잠재적으로 한반도 국경 근처에 있는 수백만명의 탈북자들은 그 자체로 위기가 될 수 있고 민족화합 또는 통일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196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문 교수는 스미스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프린스턴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문제와 여성의 성 문제를 연구한 학자로 정평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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