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치권 최대 이슈는 '보편적 복지'였다. 경기 교육청의 무상급식 실시 방침부터 시작된 보편적 복지 담론은 점차 확대되면서 결국 2011년 4ㆍ27 재보궐 선거 당시 한나라당에 참패를 안겼다. 그 후 10ㆍ26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는 야권의 '보편적 복지'와 한나라당의 '생애주기별 복지'가 맞부딪히며 복지 논쟁을 벌였다.
2012년 12월 대선을 앞둔 현 시점에서 복지의 자리를 꿰찬 것은 경제민주화다. '경제민주화포럼'이나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연구회'등 관련 국회의원 연구단체가 생기는 한편 새누리당 내에서는 매주 한 차례씩 경제민주화를 공부하는 '경제민주화 실천모임'까지 만들어졌다. 올해 초 "경제민주화를 위한 재벌개혁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결코 국민에게 도움되지 않는다"라고 하던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28일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는 것을 대기업이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너도나도 입을 모아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는 가운데 정작 알맹이는 보이지 않는다. 경제민주화 관련 모임에 참석한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경제민주화가 중요하다면서도 재벌개혁의 방향이나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또 다른 의원은 "모임을 주도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고 대답했다. 여야 모두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경제민주화의 목표가 무엇인지, 이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답을 내리는 사람은 드물다.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유행 같은 거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는 시대정신이 아니라 그저 유행일 뿐이라고 표현했다. 물론 2011년 복지 담론에서 2012년 경제민주화로 넘어왔듯이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이슈가 경제민주화의 자리를 대체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사이 어떤 실천들이 이뤄지느냐에 따라 누군가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를 유행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시대정신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선택의 순간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