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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한달… 피해 동료 복귀 기다리며 구슬땀

■ 안산 반월공단 가보니<br>"이제 모두 아픔 털고 일어서야죠"

업무공백 메우려 초과근무도

경기도 안산 반월산업단지에 있는 한 중소기업에서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기계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단지공단

"빨리 아픔을 털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업무공백은 동료들이 초과근무를 하며 메우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한달째인 14일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은 평소처럼 분주했다. 세월호가 휩쓸고 간 흔적들이 산업현장 곳곳에 상처로 남아 있지만 직원들은 동료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더욱더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얼마 전만 해도 반월공단은 어느 때보다 침체된 분위기 속에 적막감이 돌았다. 수출부진으로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동료와 이웃주민들이 겪은 끔찍한 사고로 모두 의욕을 잃고 침울해졌기 때문이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과 함께 일하던 직장 동료들은 슬픔에 젖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참사 한달이 지난 지금 반월공단의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지혜와 온정을 나누고 다시 활력을 되찾으려는 모습이 산업현장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피해자 가족이 속해 있는 금속업체 직원 A씨는 "우리마저 우울하다고 하던 일 다 내팽개치고 손을 놓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부에서 사고에 대한 진상파악을 확실히 할 것을 기대하며 우리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유가족 2명과 실종자 가족 1명이 근무했던 B버스회사는 직원들을 무급휴가 처리하지 않고 평소처럼 월급을 지급했다. 총 3명의 유가족이 사고 전까지 일했지만 아무도 일터에 복귀하지 못한 상태다. 남은 기사들은 동료들이 마음을 추스르는 동안 돌아가며 휴일에 운전대를 잡는다. 동료들은 근무지침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흔쾌히 일을 도와 운행공백을 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복귀하지 않은 2명에게 돌아올 수 있을 때 돌아오라고 했다"며 "사고발생 직후와 시신 발견 이후 별도로 위로금을 지급해 조금이나마 힘이 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의료용품 생산업체 C사는 피해 직원들에게 무기한 휴가를 주며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이 업체는 안타깝게도 생산라인 근로자 2명이 이번 참사로 피해를 당했다. 이 중 한 사람은 다행히 자식이 구조됐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회사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C사 대표는 "자식을 떠나보내고 발인을 마친 분과 구조된 아이를 돌보는 직원을 위해 무기한 휴가를 주고 있다"며 "연락하는 것조차 피해가 될까 봐 남아 있는 직원들이 작업을 대신 하며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유가족 2명이 일하던 D와이퍼업체에서는 동료들이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십시일반 지원금을 마련했다. 현장에서 만난 동료 E씨는 "최근 회사 물량이 늘어나 일손이 모자란 상황이지만 일용직과 초과근로로 납기를 맞추고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지만 동료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으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반월ㆍ시화단지 기업인 모임인 서부스마트허브경영자협의회도 지원금을 모아 단원고등학교에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방인혁 경영자협회의 사무처장은 "피해 학생 부모들 중 반월·시화단지 근로자가 많아 희생자와 가족들을 돕기 위해 모금을 시작했다"며 "남은 학생들을 위해 단원고 발전기금으로 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직장 동료들은 희생자 유가족들이 슬픔을 극복하고 일상에 복귀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고 입을 모았다. F사 근로자들은 외동아들을 홀로 키웠던 동료가 이번 참사로 자식마저 떠나보낸 뒤 혹시 회사까지 그만두지 않을까 걱정했다. 동료들은 "평소 집안 얘기를 꺼렸지만 아들 자랑에는 항상 앞장섰다"며 "어디에도 기댈 곳 없이 집에서 홀로 술로 지내는 것보다는 최대한 빨리 일터로 돌아와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하는 게 본인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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