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이 밀집돼 있는 서울 전철 1호선 부천역 인근 A오피스텔. 입주가 시작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파격 분양' 조건을 내걸고 분양 중이다. 하지만 주변에 오피스텔이나 원룸·도시형생활주택이 몰려 있는 탓에 좀처럼 미분양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반면 인근에서 비슷한 시기 분양한 한 대형 건설사 오피스텔은 상반기 입주 직전 미분양으로 남아 있던 20여실이 대부분 주인을 찾았다.
오피스텔시장에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2~3년간 청약 열풍을 일으켰던 오피스텔의 공급이 급증하면서 같은 지역이라도 상품 설계·브랜드에 따라서 분양성적이 크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등 소형상품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아파트시장과 같은 양극화가 가속화하는 추세"라며 "임대 수익률도 하락하고 있는 만큼 이런 양상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교통여건·기반시설 등 입지에 따라 천차만별=지난해 3,000여실의 오피스텔이 공급됐던 서울 송파구의 경우 공급과잉 우려 속에서도 최근 위례신도시 '위례 효성해링턴타워 더 퍼스트'는 1순위에서 최고 50대1로 마감되면서 흥행을 이어갔다. 강서구 마곡지구 역시 지난해부터 마곡 엠코지니어스타, 마곡우성르보아Ⅰ·Ⅱ, 마곡 헤리움 등이 잇달아 공급됐지만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위례신도시 G공인의 한 관계자는 "송파구의 경우 오피스텔 공급이 많았지만 위례신도시는 인기가 많았다"며 "강남과 잠실 등 배후수요가 풍부한데다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신도시 오피스텔이라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메이저 브랜드 선호 뚜렷=브랜드 역시 중소형 건설사가 짓는 오피스텔보다 대형 건설사가 시공한 오피스텔에 수요가 집중되는 분위기다. 분양가가 중소형 건설사보다 비싼 편임에도 인지도 때문에 입주 후 더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투룸형·복층형 등 다양한 평면을 선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파트에서 볼 수 있던 테라스하우스와 다양한 커뮤니티를 설치한 오피스텔을 공급하고 있다. 또 오피스텔의 경우 최근 관련 제도가 바뀌기 전까지 분양 보증을 받지 못해 투자위험이 컸던 것도 대형 건설사 오피스텔을 선호한 이유로 분석된다.
◇공급과잉 지속돼 양극화 더 커질 듯=오피스텔을 비롯해 대체상품인 도시형생활주택·원룸 공급이 당분간 줄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공급이 예정돼 있는 오피스텔은 3만1,722실로 예상돼 4년 연속 3만실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만 해도 1만8,000여실이 공급될 예정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지난해 4만3,000여가구가 인허가된 도시형생활주택 물량까지 포함한다면 소형 주택 공급이 만만찮은 수준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장은 "미분양 적체가 아파트시장 양극화로 이어졌음을 고려하면 오피스텔 역시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며 "묻지마 투자보다는 철저한 수익성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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