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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중남미콘텐츠 사후엔 사회 환원해야죠

이복형 중남미문화원장<br>중남미 4개국 대사 역임하며 미술작품 등 3500점 수집<br>도움없이 땀으로 박물관 일궈 문화교류·행사때마다 큰 보람

이복형씨가 외교관 근무 경험을 토대로 경기도 고양에 마련한 중남미문화원.

이복형

"오랜 외교관 생활 중 4개국에서 대사로 근무했는데 모두 중남미 국가였어요. 거기서 미술작품을 수집한 거지요. 미리 마련해 놓은 땅도 있고 해서 건물을 올렸지. 멕시코 대사를 끝으로 은퇴할 예정이어서 박물관을 짓자고 생각했어요."

여든 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았다. 목소리는 쩌렁쩌렁 했고, 얼굴은 구릿빛으로 그을려 있었다. 경기도 고양시 고양동 중남미문화원에서 만난 이복형(82ㆍ사진) 원장은 문화원의 수목을 정리하는 중이었는지 작업복 차림이었다.

그는 자신의 옷차림을 의식한 듯 "봄부터 가을까지 중남미문화원의 모든 나무는 내 손길을 받고 자란다"고 말했다.

문화원은 자국 홍보를 위해 국가가 다른 나라에 설립하는 게 보통이지만 중남미 나라들을 알리기 위해 그것도 개인이 우리나라에 만든 게 특이하다. 중남미문화원을 설립하게 된 이유를 묻자 그는 일사천리로 대답했다.

"우리 같은 약소국이 잘 살려면 다른 나라와 관계가 좋아야 해요. 중남미와 관계도 다방면에서 심화시켜야 해요. 문화원은 중남미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의 지식을 함양하는 게 첫째 목적이에요."

중남미에서만 4개국의 대사를 지낸 만큼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중남미 전문가다. 은퇴한지 20년 됐지만 아직도 많은 중남미 인사들이 찾아오는 사실이 그 것을 입증한다.

이원장은 "중남미 인사들이 이 곳에 와서 교류를 하고 음악ㆍ미술 등 문화행사를 개최한다"며"문화원을 시작하기 전에는 막연했지만 지금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장은 "삶의 질적인 면에서 보면 검소하게 살 수 밖에 없었지만 문화적으로는 충족감을 느끼고 있다"며 "나이 여든이 넘도록 아직까지 내가 직접 운전하고 다니면서도 1,044주의 관상수를 모두 내가 가꾼다"고 말했다.

이원장 부부는 문화원의 첫삽을 뜨던 때부터 3,500점의 수장고를 자랑하는 국내 최고의 중남미박물관으로 우뚝 선 지금까지 남의 도움 없이 부부의 땀만으로 일궈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 했다.

이원장은"문화원을 일구면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멘트 한 포대 받아 쓴 거 없다"며"40년 전 문화원 부지 6,000평을 평당 300원에 구입해서 지금은 몇 백만원으로 올랐지만. 문화사업 시작할 때 법인화 했고 우리부부가 죽은 다음에는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가도 아닌 개인이 적잖은 규모의 박물관을 어떻게 운영해왔는지 물었더니 막막하지만 담담한 대답이 돌아왔다.

"입장료 수입 만으로는 어림 없어요. 직원들 중 장기 근무자들이 있는데 월급을 많이 못 줘도 안 떠나는 게 고맙지. 취지가 좋으니까 함께 하는 것 같아. 절약해서 운영한다고 해도 빚이 20억이에요. 퇴직금도 일시불로 받아 건물 짓는데 다 썼어. 대한민국에서 문화사업 한다는 것은 자기 희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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