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황재균(롯데)과 안지만(삼성)이 벼랑 끝에 몰린 한국 야구를 구해냈다.
류중일(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28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에서 대만에 6대3으로 역전승했다. 아시안게임 2연패이자 통산 4번째 금메달. 야구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치러진 1994년 히로시마 대회부터 6차례 치러진 대회에서 한국은 4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이로써 대표팀 24명 가운데 병역 미필 선수 13명이 기초군사훈련으로 군 복무를 대체하는 혜택을 얻게 됐다. 승리투수는 안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이 아니면 '망신'일 정도로 객관적인 전력에서 경쟁팀들을 압도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아시안게임에 프로 선수들을 파견하지 않으며 대만도 해외파가 포함되기는 했으나 국내파 가운데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빠졌다. 예상대로 한국은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4전 전승으로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10대0 8회 콜드게임 승으로 완파했던 대만을 결승에서 다시 만난 한국은 7회까지 2대3으로 끌려갈 정도로 고전했다. 불안하던 분위기를 돌려놓은 수훈갑은 중간계투요원 안지만과 7번 타자 3루수 황재균. 안지만은 2대3으로 뒤진 7회말 무사 1·3루의 절체절명의 위기 때 구원 등판, 헛스윙 삼진과 중견수 플라이, 좌익수 플라이로 무실점 처리했다. 1점이라도 더 내줄 경우 승부의 추가 완전히 기울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안지만이 '퍼펙트 피칭'으로 철벽 방어를 선보이자 8회초 타선이 힘을 냈다. 1사 만루에서 강정호(넥센)의 동점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이 나왔고 나성범(NC)이 내야 땅볼로 역전 타점을 올렸다. 4대3으로 역전한 8회 2사 2·3루에서는 황재균이 2타점짜리 우전 적시타를 때려내 금메달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가 그대로 끝나면서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 된 황재균은 국내 첫 모자(母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도 이름을 올렸다. 황재균의 어머니는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김수옥·신순호와 함께 테니스 여자 단체 금메달을 거머쥔 설민경씨다.
한편 류중일 감독은 이날 금메달로 대표팀 감독으로서도 어깨를 펴게 됐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첫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달성하며 삼성의 전성기를 이끌고도 류 감독은 국제무대에서만은 명성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3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령탑에 올랐으나 1라운드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에 덜미를 잡히면서 호주와 대만에 승리하고도 탈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찌감치 5전 전승을 목표로 내건 이번 대회에서도 이날 결승에서 경기 막판까지 패배 기운에 가슴을 졸여야 했다. 하지만 2만7,500여 관중 앞에서 극적인 역전극이 연출되면서 마음의 짐을 덜게 됐다. 올 시즌 뒤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투수 김광현(SK)과 타자 강정호도 미국행의 걸림돌을 제거했다. 김광현은 올 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더라도 구단 동의하에 해외 진출 자격을 얻게 되는 '7년 FA(자유계약선수)'에 등록일이 8일 부족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 금메달을 따내면서 대표팀 소집일(15일)부터 결승전이 열린 28일까지의 13일이 '등록일'로 추가 적용돼 해외 진출 자격 요건을 채웠다. 김광현은 이날 결승에서 선발 5⅔이닝 3실점으로 그런대로 잘 던졌다. 아시안게임 직전 오른 엄지를 다쳐 우려를 낳았던 강정호도 중심 타선에서 제 역할을 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