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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 창조적 지역문화사업의 요건


최근 창조경제ㆍ창조산업ㆍ창조도시 등 '창조'라는 단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인간만이 가능한 창조활동은 태고 이래로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 돼왔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창조라는 말이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창조라는 말 속에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 '새로움'이라는 가치를 계속해서 길어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리라. 창조는 과거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무언가를 고안 또는 발명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예술 창작 행위는 새로움을 생명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인간의 대표적인 창조 활동으로 간주된다.

지역 정체성 외면한 행사 새로움 없어

창조경제 시대에 예술은 창조산업을 일으키는 핵심 요소로서 역할과 기능이 더욱 확대되고 다양화되고 있다. 근래 전 세계인들에게 어필하는 인기 대중문화상품으로 떠오른 K팝이나 드라마 등 이미 잘 알려진 한류 효과로 인한 국가의 국제적 위상과 경제적 파급 효과는 물론이거니와 최근 전국 200여 지방자치단체별로 시행되는 지역축제, 생태마을, 문화마을, 이야기길, 역사마을 조성사업 등 지역의 문화 자원을 활용한 여러 문화사업의 수행 주체가 예술 콘텐츠를 매개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다수의 지역문화사업은 몇 개월 전 경남 진주시와 서울시 간의 유등축제를 둘러싼 '콘텐츠 베끼기 논란' 해프닝에서 보듯이 아직은 독자적인 특징과 지역색을 구별하기 힘들다. 그 근본 원인은 창조의 원천인 새로움을 구하는 방법과 방향이 어긋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달리 말해서 지역 고유성을 배제한 채 대중적 인지도가 높거나 다른 지역에서 흥행 검증을 받은 유사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수용한 결과라고 분석된다. 이런 맥락에서 대표적인 창조 지역사업으로 회자되는 프랑스의 퓌뒤푸 테마파크 사례는 참조할 만하다.



퓌뒤푸는 프랑스 서부 노르망디 지방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작은 농촌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폐허로 남은 중세시대 고성 주변을 지역의 자연과 역사를 스토리텔링한 체험형 테마파크로 조성해 2012년 기준 연평균 160만명의 관광객들로부터 입장권 매출액 5,600만유로(약 820억원)를 거둬들였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유일무이한 창의적인 기획 아이디어와 운영 방식으로 국제기구인 관광레저엔터테인먼트산업협회가 선정한 2012년도 THEA 어워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퓌뒤푸 성공의 핵심은 국가의 공식 역사에서 사라지고 세인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지역의 역사를 서사 드라마와 테마파크라는 '기억 문화 콘텐츠'로 되살려낸 참신한 기획력을 들 수 있다.

잊혀진 역사 일깨우는 노력도 더해야

이 지역은 프랑스 대혁명 당시 혁명과 반혁명이라는 이념적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곳으로 수십만에 달하는 농민 의병대와 민간인들이 혁명군에게 살상을 당한 역사적 상처가 있는 곳이다. 주민들이 자랑스러워하고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퓌뒤푸의 성공이 가져온 경제적 지표가 아니라 200여년 세월 동안 아픈 기억의 상처로 남아 있던 지역의 역사를 바로잡고 반혁명의 배경과 저항의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국가의 반역자로 매도된 조상들의 명예 회복을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이뤘다는 자부심이다. 역사문화 콘텐츠 관점에서 퓌뒤푸는 처참하고 억울한 희생의 기억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장구한 세월 동안 조상 대대로 삶의 터전을 이뤄온 자신들의 땅의 역사를 일깨움으로써 현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예술적 성찰을 전달해준다. 퓌뒤푸 테마파크 사례는 창조지역사업이란 지역민의 일상의 삶 속에 잠자는 망각의 기억을 깨우는 일이며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찾아 세우는 일임을 시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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