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미국 뉴욕의 한 건물에서 독특한 행사가 진행됐다. 4도조차 안되는 바깥 날씨와 달리 행사장 안은 이국적인 식물과 정글 동물, 아마존 코스프레를 한 모델들도 가득찼다. 행사장에 들어선 사람들은 찌는 듯한 더위에 겉옷을 재빨리 벗어야 했다. 한겨울 도심에 나타난 이색공간은 도이치은행의 '기후변화 펀드'를 홍보하기 위해 정글이벤트 현장. 펀드는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 거주가 불편해졌을 때 더 많은 수입을 얻는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상품이었다. 지구온난화는 그렇게 누군가에게 사업 수단이 됐다.
지구온난화가 독립운동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300년간 덴마크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매년 수억달러의 보조금을 받아온 그린란드는 경제적 독립을 시작으로 완전한 분리를 꿈꾸고 있다. 경제적 독립의 원동력은 놀랍게도 지구온난화. 그린란드는 땅의 80% 이상을 덮은 얼음층이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리면서 그 속에 매장됐던 광물자원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그린란드 북부 바다도 세계에서 19번째로 석유가 많은 매장지로 밝혀졌다. 그린란드의 석유 시추는 결국 그린란드의 얼음 왕국을 녹아내리게 하겠지만 분리독립을 꿈꾸는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석유시추가 더 많은 기후변화를 일으키겠지만, 기후변화로 독립을 살 수 있다면 왜 (시추)하지 말아야 합니까?"
지구온난화는 인류에게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이 책은 닥쳐오는 현실 앞에 적응하며 기후변화를 사업기회로 만드는 기업과 국가, 조직을 소개한다. 어떤 이들이 녹아내리는 빙하에 '북극곰'을 걱정할 때 어떤 이들은 '만년설이 녹은 물'을 상품화할 궁리를 하고, 알프스에 제설기 수출을 꾀한다. 환경저널리즘으로 유명한 저자는 기후변화를 사업화한 다양한 사례를 심층 취재해 그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사업 추진 과정을 세세하게 담아냈다. 재앙을 이용한 돈벌이가 옳은 것일까. 책은 끊임없이 독자로 하여금 고민하게 만든다. 책 말미에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기후변화는 대체로 과학이나 경제/환경적 이슈라는 틀에 끼어있지만 인간적 정의라는 이슈로는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 이 점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1만6,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