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 안건은 한일 간에 오랫동안 협의해온 안건이기 때문에 즉석에서 처리할 게 아니고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며 "협정 처리 과정이나 내용 모두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에 앞서 하금열 대통령실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도 "총리가 책임 져야 할 사안이며 대통령이 해임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불신임 결의가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잘못을 깨닫고 빨리 시정한 것은 다행"이라며 "앞으로 국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상세하게 전달돼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의 '총리 해임 건의안' 추진에 대해서는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두고 정부 일각에서도 '청와대 책임론'이 나오는 등 심상치 않은 상태다. 서명을 전격 연기하기까지 일 처리를 매끄럽게 하지 못한 것은 외교통상부 책임이지만 정작 이 사안을 '비공개'로 추진하려 했던 청와대가 일을 키웠다는 비판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안건으로 처리하면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청와대에서 하라고 해 한 것인데…"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한일 양국 간 이슈는 민감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는 이견이 있었다"며 "외교부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등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은 한일 양국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의 필요성을 계속 역설하는 등 이번 사안을 총괄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무부처가 국방부에서 외교통상부로 바뀌고 국무회의에서 '대외주의' 비공개 안건으로 통과되는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사안이 불거진 당시부터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의 주무부처가 결국 외교부였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을 피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여전히 높다. 아무리 낮은 단계의 협정이었다고 해도 문제점을 알면서 체결안을 올렸다는 점에서 책임이 남는다.
초기 한일군사협정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지난해 초 첫 협상을 시작했던 국방부가 발을 뺀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는 분위기다. 과거 24개국과 맺은 군사정보보호협정의 경우 통상적으로 국방부가 기초한 협정의 틀과 내용을 국가 간 협정 주체인 외교부가 확인한 후 체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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