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하는 SNS인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보면 신세대 주부들의 근황이 보인다. 그 중에는 직접 구운 빵과 쿠키, 손수 만든 잼과 차 혹은 가꾸고 있는 유기농 텃밭 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직접 만든 손뜨개와 자수, 집에서 제조한 화장품과 비누를 자랑하는 사진도 자주 접할 수 있다.
의외로 젊은 30대 전후의 주부들이 전통적인 방식의 가사일을 자발적으로, 오히려 흥미를 느껴 즐기며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눈을 돌려 TV를 보더라도 요리와 육아에 관한 프로그램이 최근 몇 년 새 눈에 띄게 증가했다. '살림 9단의 만물상'부터 '집밥의 여왕', '삼시세끼' 등이 관심을 끌고 삼둥이와 사랑이를 스타로 만든 육아 프로그램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옛날 가사방식으로의 복고 경향이 포착된다.
미국의 여성 언론인인 저자는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는 '주부'라는 새로운 유행을 보여주면서 이것이 혁명적일 수 있는 생활방식의 변화이며, 이로 인한 '새로운 가정의 시대'가 벌어질 것임을 전망한다. 이른바 '주부 2.0세대'로 명명된 이들은 기성세대의 가정주부와는 달리 교육 수준이 높고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집에서 치즈나 요구르트를 만들고 잼과 피클을 담가 먹으며 밀가루를 직접 제분하고 빵을 굽는 등 먹거리의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일명 'DIY 푸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가사일 부담이 커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들이 자연적 식문화를 택한 이유는 결국 먹거리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정부의 식품 공급 시스템이 안전해 보이지 않자, 아이를 믿고 맡길 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해지자 결국 부모들은 아이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존재는 엄마라는 원론적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정부의 어설픈 대처, 파괴되는 환경과 기후 변화에 맞서 직접 문제해결에 나선 셈. 30대의 전도유망했던 뉴요커가 육아휴직 후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주부'를 선택하게 된 현상을 먹거리 및 양육에 관한 공공정책의 실패와 연결짓지 않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결국 '주부 2.0' 세대는 정책에 대한 반발, 환경에 대한 걱정, 믿을 만한 삶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된 색다른 혁명적 현상이다.
다만 미국의 '주부'들은 주체적·능동적으로 직장을 버리고 가사일을 선택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직장이 외면한 우리의 '경단녀'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 씁쓸하다.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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